이카베은행 망하게 한 ‘헤지펀드 제왕’
거액 기부로 공대 이름 바꾸자 비판
거액 기부로 공대 이름 바꾸자 비판
“하버드 공대가 아니라 (독일 은행) 이카베(IKB) 공대라고 부르는 게 맞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하버드대가 헤지펀드 업계 거물 존 폴슨에게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공대 이름을 존 폴슨 공대로 바꾼 일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3일 폴슨은 4억달러를 하버드공학응용과학대학(SEAS)에 기부한다고 밝혔고, 이에 하버드대는 하버드공학응용과학대학 이름을 폴슨공학응용과학대학으로 바꾸겠다고 화답했다. 4억달러는 하버드대 370여년 역사상 최고 기부금액이다.
삭스 교수가 하버드공대 명칭 변경에 별안간 독일 이카베은행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폴슨이 하버드대에 낸 기부금이 이카베은행에서 사기를 쳐서 번 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삭스는 6일 미국 <허핑턴포스트>에 쓴 글에서 폴슨이 지난 2007년 미국 은행 골드만스에 접근해 투자자들의 돈 10억달러를 훔쳐낼 계획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폴슨은 ‘아바커스’로 알려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구성된 금융상품을 설계한 뒤, 자신은 이 상품이 망하는 쪽으로 투자를 했다고 삭스는 적었다. 골드만삭스는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이중에는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중소기업 전문 대출 은행 이카베도 있었다. 이카베은행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 붕괴로 투자금을 날리고 정부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지만, 폴슨은 10억달러를 챙겼다고 삭스 교수는 적었다. 따라서 폴슨이 하버드대에 낸 기부금은 사실 이카베은행에서 빼앗은 돈이라는 이야기다.
폴슨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인지 여부는 둘째치고라도, 대학들이 학교 이름을 사실상 ‘판매’하는 행태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하버드대는 최근까지는 고액 기부를 했다고 해서 개인 이름을 학교 명칭에 잘 넣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3년 65억달러 기부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학교 이름을 파는 데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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