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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회장님 고액 보수에 반대표…주주들의 ‘신 프랑스 혁명’

등록 2015-05-17 20:22

지난해 도입 ‘세이 온 페이’ 투표
찬성률 90%에서 올해 80%로 ‘뚝’
세계적 추세…미국서도 법제화
지난달 30일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의 주주총회에서 주주 가운데 42%가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에게 지난해 총보수로 720만유로(89억5000만원)를 지급한다는 이사회 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 투표는 ‘주주가 임원의 보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권리’(say on pay·세이 온 페이)에 기반한 투표로 구속력은 없지만, 주주들의 반대 의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주주들 상당수는 곤 회장이 받는 보수가 2013년(약 267만유로)보다 거의 3배가량 뛴 것은 과다하다고 여긴 것이다. 곤 회장은 르노와 동맹을 맺고 있는 일본 닛산자동차의 최고경영자도 겸하고 있으며, 닛산에서도 르노에서와 비슷한 액수를 보수로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곤 회장의 보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 르노뿐만이 아니라 지난달 프랑스 대표적 식품회사인 다논의 주주들 47%가 이 회사 회장 프랑크 리부의 보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프랑스 주주들이 이전과는 달리 민간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보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며, “주주 행동가들이 새로운 프랑스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민간기업에 대한 ‘세이 온 페이’ 투표는 지난해부터 도입됐지만, 지난해에는 이사회가 제안한 임원 보수안에 주주들의 평균 92%가 찬성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바뀌었다. 건설회사 뱅시, 수자원 관리업체 베올리아, 에너지 관련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경영진 보수안에 대해 주주 3분의 1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이 회사들의 주주들은 경영진 보수안에 90% 이상 찬성표를 던졌다. 올해 프랑스 대기업 350곳의 세이 온 페이 투표 평균 결과도 찬성률이 지난해 평균 90% 이상에서 80% 정도로 주저앉을 듯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 보수 한도가 법으로 따로 정해져 있지만, 민간기업은 자율에 맡긴다.

프랑스 주주들의 반란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경영진 과다 보수 견제와 맥을 같이한다. 세이 온 페이 투표는 원래 영국에서 1990년대 공기업들이 민영화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문제가 되자 영국 정부가 2000년대 초반 도입한 제도다. 세이 온 페이 투표는 대개 구속력은 없지만 주주 절반 이상의 거부로 임원 보수안 승인이 거부되면 경영진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는 3년 전인 2012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미디어 회사인 트리니티미러 최고경영자의 보수안에 대해 반대가 심해, 최고경영자들이 사임했다.

세이 온 페이 투표는 금융위기 이후 일반 노동자와 최고경영자 사이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다른 나라에도 확산됐다. 미국에서는 2010년 ‘도드·프랭크 법’으로 불리는 ‘금융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을 통해 세이 온 페이 투표가 도입됐다. 미국에서 최고경영자 보수와 일반 노동자 임금 사이 격차는 2013년 기준으로 295.9배로 1960년 20배에 견줘 확연히 확대됐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대기업 최고경영자와 일반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120배로 2000년의 47배보다 눈에 띄게 확대됐다. 한국에서는 등기임원 보수 한도액을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며 상장사 등기임원 보수는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이 등기임원에서 빠지면, 보수 공개 대상에서도 빠진다.

주주 권리에 대한 자문을 해주는 프랑스 자산관리 회사 피트러스트 액티브 인베스터스의 드니 브랑슈는 “평균적 프랑스인들의 임금은 줄고 있는데 왜 경영진 임금만 오르느냐?”며 “프랑스 주주들이 임원 보수 문제에 대해 점점 적극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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