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5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앞줄 왼쪽 다섯째)가 참석한 가운데 ‘메이크 인 인
디아’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플리커 계정
[경제의 창] 글로벌 경제
“인도의 철강 생산량이 (세계 1위인) 중국을 앞질러야 한다.”
지난달 초 인도 오리사주에 있는 철강공장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가 철강 생산량에서 “미국은 따라잡았으니 이제 중국을 앞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철강 생산능력은 연간 약 8000만t으로 중국의 7억t에 견주면 9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모디 총리는 앞으로 이 격차를 뛰어넘겠다고 했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출범 뒤부터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인도에서 만들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제조업 강화를 부르짖고 있으며,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 증산 독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독립기념일인 8월15일 연설에서 메이크 인 인디아 구상을 처음 내놨다. 모디 총리는 “전세계에 메이크 인 인디아 제품이 퍼지기를 꿈꿔야 한다. 플라스틱, 자동차, 농업 제품을 만들자. 인도에서 만들자”고 말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모디 총리의 독립기념일 연설 한달여 뒤인 9월 정식으로 국가적 캠페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요 내용은 자동차, 제약, 전자 등 25가지 분야에서 규제 개혁과 외자 유치 등을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인 인도 제조업 비중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내용이다. 인도 정부는 세계적인 언론매체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메이크 인 인디아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오리사주 연설 때 “인도가 지난 60년 동안 원자재를 팔아서 성취하지 못한 것을 앞으로 10년 동안 제조업을 강화해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지난달 13일 독일 방문 때는 “나에게 메이크 인 인디아는 브랜드나 슬로건이 아니다. 새로운 국가운동이다”라고 말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국가적 캠페인
제조업 비중 GDP 15%→25%로 확대 목표
규제완화, 국외투자 유치 나서
농민토지 박탈·고용창출 미미 논란
메이크 인 인디아로 대표되는 제조업 강화를 모디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인도 산업구조의 문제가 있다. 싱가포르은행인 디비에스(DBS)에 따르면, 인도 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52%에서 지난해 56%로 늘어났으나, 농업은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에서 17%로 줄었다. 하지만 전체 노동인구 비율을 보자면 농업에 전체의 절반 이상이 종사하고 있고, 서비스 부문 종사자는 전체의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제조업의 고용 창출 비중은 11%로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고용 창출 비중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인도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 비중이 거의 30여년 동안 15~16%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데 있다. 인도 정보기술(IT)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주목받았던 2000년대에도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되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제조업 강화는 오랫동안 실현되지 않았다.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를 공식 발표하기 한달 전 외국인 직접투자(FDI) 한도를 늘렸다. 국내 제조업 보호장벽을 낮추고 국외 투자 유치를 통해 제조업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방위산업에서도 외국인 직접투자 한도를 26%에서 49%까지 끌어올렸다. 외국 회사들이 49%까지 방산기업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인도 국내 무기 생산을 촉진해 인도가 외국산 무기를 수입할 필요가 줄어드는 효과를 꾀하려는 것이다. 철도산업은 아예 외국인 직접투자가 100%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5월 집권한 모디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좋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인도 경제가 올해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6.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의 성장률을 16년 만에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도의 올해 7.5% 성장 전망은 국제통화기금이 1월에 내놓은 전망치 6.3%보다 1.2%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성장률이 대폭 올라간 이유는 인도 정부가 국내총생산 통계 작성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인도 경제가 최근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는 데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세계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2%이고 내년에는 7.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는 않다. 우선 친기업 정책으로 인도 노동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있다. 모디 정부는 최근 기업활동 강화를 위해 토지수용법 개정을 추진중인데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있다. 모디 정부는 정부와 기업이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공장 건설 등을 위한 사업을 벌일 경우 농민 토지 수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구체적으로는 사회영향평가와 토지 소유자 동의 의무화 비율 70~80% 조항을 삭제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초 농민 수천명이 의회가 있는 수도 뉴델리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달 22일 농민 한명이 뉴델리 시위 현장에서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야당인 국민회의의 라훌 간디 부총재는 “메이크 인 인디아는 모디 정부가 농민의 땅을 빼앗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제조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정부의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도 경제지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1994~95년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의 수가 10년 뒤인 2005~06년에 일했던 사람보다 많다.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노동자가 덜 필요하게 됐다”며 인도 정부가 제조업의 발전과 고용 증가가 비례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제조업 비중 GDP 15%→25%로 확대 목표
규제완화, 국외투자 유치 나서
농민토지 박탈·고용창출 미미 논란
인도와 중국 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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