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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세계경제 공급 과잉…10년간 디플레 위기”

등록 2015-04-26 20:24수정 2015-04-26 20:24

일부 원자재·완제품 재고 최고치
달러 강세탓 싼값 밀어내기 수출
원자재 시장 제살 뜯어먹기 심화
전문가 “역사상 전례 없는 사태”
세계 경제가 원자재 등 상품뿐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과잉에도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세계 경제가 향후 10년 동안 저성장, 저인플레로 침체되는 디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에 따르면, 현재 세계 경제의 부는 지난 2000년의 117조달러에 비해 약 263조달러로 늘어 저축과 자본의 과잉공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자율을 끌어내려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갉아먹고 있다. 노동력도 과잉되어, 임금 역시 정체하고 있다. 소련 등 사회주의권 몰락과 중국의 부상으로 약 10억명의 노동력이 새롭게 세계 노동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미국의 최대 석유비축기지가 있는 오클라호마 쿠싱의 석유비축량은 지난주 4억8900만배럴까지 올라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면화는 전 세계적으로 1억1천만 베일(면화 거래 단위·약 80kg)이 비축되어 있다. 이는 미국이 면화 재고량을 발표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최고치다. 지난 12개월 동안 세계 원자재 가격 지표인 ‘에스앤피 지에스시아이’(S&P GSCI)는 34% 급락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완제품 재고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 2월 미국 내 가공 내구재의 전체 재고는 4130억달러어치로 치솟았다. 이 역시 미국이 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래 최고치다. 전세계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가장 빠르게 늘던 중국에서도 2년6개월 만에 미판매 자동차 대수가 최고로 올랐다.

수요 부족으로 고민에 빠진 각국 정부가 빚으로 경기를 부양하려 하면서, 부채 역시 엄청나게 쌓이고 있다. 미국의 정부·기업·소비자 부채는 2008년 17조달러에서 현재 25조달러로 늘었다. 부채가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5%에서 181%로 늘은 것이다. 유럽 역시 부채가 국내총생산의 180%에서 204%로, 중국은 134%에서 241%로 늘었다.

빚에 몰린 정부를 대신해 중앙은행들의 역할이 커졌다. 미국 연준과 영국 중앙은행은 최근 국내총생산의 거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등 돈을 풀었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국제무역 환경에 또 다른 도전이다. 자국 경제가 어려워져 현금 사정이 빠듯해진 브라질, 러시아 등이 설탕, 커피, 석유 등 원자재를 이전보다 더 대규모로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자국 원자재를 더 싼 값에 밀어내기 수출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 원유 시장에서 자국 몫을 방어하려고 감산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최근 원자재 시장에서 보여지는 ‘제살 뜯어먹기식’ 경쟁의 일환이다.

<과잉공급의 시대>의 저자인 대니얼 앨퍼트는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에 기반한다. 과잉공급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고전적 경제학의 개념이다”라고 말하면서, 현재의 과잉공급 경제는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례 없는 사태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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