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이 ‘빚의 덫’에 빠져 있으며, 부채 문제가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한국이 아시아 경제문제의 축소판이며,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금융위기 이전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금융위기 동안 성장을 떠받치기 위해 빚을 내왔으며,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런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초기인 2007년 이후 7년 동안 세계 부채의 절반을 신흥국들이 안고 있었는데, 이중 상당수가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중국만 따져도 2007년 이후 세계 부채의 3분의 1을 안고 있다.
신문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타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부채 수준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한국은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금융위기 이전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부채 비율이 높기로 악명이 높은 일본을 빼고도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205%로 금융위기 때인 2007년 144%나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139%보다 높다. 신문은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의 극단적인 완화적 통화정책 탓에 아시아 국가로 돈이 대거 흘러들었고, 아시아 국가의 정부와 기업, 개인은 전례 없이 많은 대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의 경우 국영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자, 지방정부가 부채를 늘렸다면, 말레이시아와 타이에서는 소비자들이 중산층 생활을 누리기 위해 자동차 같은 소비재를 사려고 빚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나라마다 부채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재벌들이 큰 타격을 받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계가 빚을 많이 내고 있다고 짚었다.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은 286%로 세계에서 가장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 20위 안에 들어가며,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로 미국보다 높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아시아 국가들에서 자금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신문은 아시아 국가들의 부채가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빌려온 것이 많아서 90년대와 같은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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