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으로 채산성 악화
미 정부 환경규제 강화 설상가상
미국 셰일업체 파산신청 잇따라
기업들 자금조달 늘리며 버티기
미 정부 환경규제 강화 설상가상
미국 셰일업체 파산신청 잇따라
기업들 자금조달 늘리며 버티기
미국 셰일에너지 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셰일에너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규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는 물론 공화당까지 이번 조처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미 내무부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연방정부 국유지에서 가스·오일을 생산할 경우 채굴에 사용한 화학물질 공개와 오염수 처리 등에 관한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정부 및 민간 소유의 토지에서 채굴하는 것은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유지에만도 10만개의 셰일가스정 및 유정이 이미 들어서 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가 미국 전체 원유·가스 생산량의 11%, 5%를 각각 차지한다. 게다가 연방정부의 규제방침은 주정부 및 민간 소유지의 셰일유전 및 가스전을 감독하는 주정부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셰일가스 업체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프래킹 기술’에 대해서는 그동안에도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프래킹 기술은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해 퇴적암(셰일) 층에 고여 있는 천연가스와 원유를 추출하는 기법이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는 지하수에 화학물질이 침투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환경오염 우려 탓에 프랑스는 셰일가스 채굴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도 지난해 12월 프래킹 기술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심지어 미국지질연구소(USGS)의 지구물리학자인 윌리엄 엘즈워스는 지난 2월 셰일가스 채굴 기법이 대규모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나 캔자스주 남부에선 프래킹의 결과로 추정되는 소규모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탓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셰일가스 업계는 이번 규제까지 지키려면 유전당 9만7000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서부에너지연합(WEA)과 미국독립석유생산자협회(IPAA)는 정부의 발표를 “근거 없는 조처”라고 비난하며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규제에 맞서 모든 수단을 다해 싸울 것”이라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셰일가스 업체들이 이번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버티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업체들이 속출했다. 텍사스 바넷 셰일층에서 셰일가스를 생산해온 퀵실버리소스는 지난달 17일 수지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현재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상환하기에 벅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12억1000만달러의 자산 가운데 82%가 셰일가스와 관련돼 있다. 퀵실버리소스 이외에도 듄에너지, 비피지리소스 등 셰일가스 업체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동안 셰일가스 개발 붐을 타고 유행하던 ‘묻지마 투자’가 부메랑이 돼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체력이 바닥난 셰일가스 업체들이 기사회생하려면 유가가 올라가야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셰일가스 업체들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블룸버그> 뉴스가 최근 원유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브렌트유 평균가격은 현재 배럴당 55달러 수준에서 연말 59.20달러까지 오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게다가 셰일가스의 경우엔 여전히 과잉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달 22일 셰일가스 리그(시추설비)가 지난해 고점 대비 25%밖에 줄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동부 지역의 마셀러스 셰일 지대에서 생산된 가스가 상업성을 가지려면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1mmBtu(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6달러는 돼야 하는데 올해 1분기에 3달러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리그 수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지 않으면 공급과잉이 계속돼 천연가스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
그나마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던 지난 1월보다는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다소 쉬워져 셰일에너지 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블룸버그>는 셰일가스 업체들이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신주발행 방식으로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이 모두 80억달러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지난 2월부터 유가 하락이 멈추고 주식시장도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셰일가스 업체들은 자금조달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기업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다. 투자자들도 현재 유가가 바닥이라고 보고 원유가격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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