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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중국, ‘AIIB서 거부권 포기’로 유럽국 끌어들여

등록 2015-03-24 20:20수정 2015-03-24 22:37

나카오 타케히코(왼쪽)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23일 리커창(오른쪽) 중국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나카오 총재는 중국 주도로 설립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잠재적인 협력자가 될 것이며 아시아개발은행은 중국 당국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나카오 타케히코(왼쪽)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23일 리커창(오른쪽) 중국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나카오 총재는 중국 주도로 설립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잠재적인 협력자가 될 것이며 아시아개발은행은 중국 당국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가입 협상 참여한 영·프 등에 제안
IMF 등 미국 거부권 관행 탈피 뜻
세계은행 퇴직자 영입…신뢰 높여
리커창 “ADB와 상호보완적 구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유럽 주요국을 유치하기 위해 이 은행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스스로 ‘거부권’을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은행 가입 협상에 참여한 유럽 및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쪽이 몇몇 유럽 국가에 지난 몇 주간 이런 안을 제시했으며, 이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의 가입 결정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거부권 포기 제안은 어느 한 나라가 주요 의사결정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신문은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들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온 오랜 관행에서 탈피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주요 의사결정에 지분 85%의 찬성이 필요해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투표권 지분 16.75%를 갖고 있는 미국은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자국만의 힘으로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

중국은 또 서방 국가들에게 이 은행이 국제적인 운영기준을 충족시킬 것이며,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이 은행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고 설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이 은행의 지배구조 설계 등에 전 세계은행 소속 변호사 등 세계은행 퇴직자들을 적극 영입해 서방 국가들이 제기하는 투명성 및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는 다른 주요 경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현명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런 주도면밀한 계획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미국의 반대 논리를 압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백악관이 직접 나서 이 은행의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지적하면서 우방국들의 은행 가입 저지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미국이 이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다툼에서 중국에 밀린 것은 미 의회가 국제통화기금 지분 개혁안을 5년째 통과시키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2010년 중국 등 신흥국 지분을 늘리는 지배구조 개혁안을 마련했으나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해 미국의 지도력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협상 관계자들은 중국이 거부권이 없더라고 어떤 식으로든 이 은행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현재 논의되는 지분 배분 방안은 아시아 회원국 약 27개국이 총 지분의 75%를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 나눠 갖고, 나머지 25%는 아시아 이외의 회원국이 갖는 방식이다. 이 경우 중국이 과반 이상의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현재 중국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처럼 회원국에서 파견한 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을 감독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있으며, 대신 중국 정부 관리들을 사무국의 요직에 앉히고 싶어한다고 한 협상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리커창 중국 총리는 23일 베이징에서 나카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와 만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으며 기존의 아시아개발은행 등과 상호보완적인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리 총리의 발언은 이 은행이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과 경쟁하거나 마찰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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