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차관 “새 다자기구 환영”
미국 주도 기구들과 협력 모색할듯
협조융자방식 협력 방안 언급
우방국 잇단 가입선언에 선회한듯
중국 “기존 기구와 협력 열려 있다”
“창립 회원 35개국 넘어설 것” 관측
미국 주도 기구들과 협력 모색할듯
협조융자방식 협력 방안 언급
우방국 잇단 가입선언에 선회한듯
중국 “기존 기구와 협력 열려 있다”
“창립 회원 35개국 넘어설 것” 관측
미국 정부가 우방국들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저지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이 은행과 적극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궤도 수정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세계은행 같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인 네이선 시츠가 “미국은 국제금융기구를 강화하는 새로운 다자 기구를 환영한다”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 협조융자(Co-financing) 방식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협조융자란 동일한 프로젝트에 둘 이상의 금융기관이 자금을 분담해 대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이 협조융자 방식으로 자금을 대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진출한 유럽 국가들과 연합 세력을 형성할 경우 중국을 견제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츠 차관은 “이런 협조융자 방식은 이 은행으로 하여금 높은 수준의 운영기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들은 22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의 협력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월스트리트 저널>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어떻게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지”에 관해 “깊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도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협력하는 것을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나카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도 이 회의에서 중국과 가능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이런 태도 표명은 미국 정부와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의 이런 방향 선회는 최근 영국을 선두로 독일·프랑스 등 주요 우방국들이 대거 이 은행 가입을 선언하면서 기존의 가입 저지 전략이 사실상 실패하자 고육책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또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중국이 이 은행의 지배권을 이용해 주변국과 서방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를 최대한 제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사업 측면에서도, 미국이 이 은행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경우 미국 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국제금융기구들의 이런 제안에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관심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기존 기구들과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이 “중국은 기존 국제금융기구들과 협력하는 데 열려 있으며 새 은행은 공개성과 포용성의 정신으로 설립해 높은 운영기준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은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아시아개발은행과 가능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논의 주제에는 세이프가드 기준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이프가드는 환경과 사회 등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에 어긋나는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안전장치를 의미한다. 러우 부장의 발언만 보면, 아시아개발은행과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인 진리췬이 중국발전고위포럼에 참석해 창립 회원국이 35개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이번 주 안에 가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