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담배산업과의 전쟁에 나섰다.
게이츠와 블룸버그는 세계 담배·보건 컨퍼런스가 열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18일 다국적 담배회사가 소송을 무기로 개발도상국가들의 금연정책을 위협하려는 시도에 맞서기 위한 ‘반담배산업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게이츠 앤드 멀린다 재단과 블룸버그 재단이 400만달러를 내놓아 펀드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최근 세계 각국의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담배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자, 무역협정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을 이용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국제 무역 분쟁 관련 소송에 익숙하지 않아, 담배 회사들의 소송 제기가 국가의 입법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다국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가 우루과이를 상대로 2010년 낸 소송으로, 담배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첫 소송이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필립모리스는 우루과이 정부가 담뱃갑의 80% 이상을 흡연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이미지로 채울 것 등을 강제하는 금연 관련 법을 시행하자, 이 법이 필립모리스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 제기의 법적 근거로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와 우루과이가 1988년 체결한 투자협정(BIT) 위반을 들었으며, 소송은 국제투자분쟁센터(ICSID)에서 진행 중이다. 필립모리스는 2011년에도 오스트레일리아가 담뱃갑 포장지에 회사 로고나 광고 문구를 빼고 글씨와 색깔을 통일하는 담배 포장 단일화 정책이 포함된 금연법을 시행하자,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근거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홍콩이 1993년 맺은 투자협정으로, 홍콩에 있는 필립모리스아시아(PMA)를 통해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게이츠는 “오스트레일리아 같이 부유한 나라들은 (담배 회사에 맞서) 금연법을 지킬 힘이 있지만, 작은 개발도상국가들은 그럴 수 있는 자원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담배회사들이 소송전으로 가난한 나라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나는 누구보다 더 강력한 자본주의와 무역에 대한 지지자이지만, (담배 회사의 소송은) 무역에 관한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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