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작년 매출 385억달러 ‘신들의 음식’
막대한 정치자금으로 규제 무력화
막대한 정치자금으로 규제 무력화
정크푸드와 전쟁을 선포한 미국에서 ‘맥도널드 제국’도 휘청이는 가운데 피자업계는 왜 끄떡없을까? ‘로비의 힘’이라는 답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는 1만1781명이 로비스트로 등록돼 있다. 소고기, 유제품, 감자와 사과도 모두 자신들의 ‘대표’가 있다. 하지만 미 식품업계 로비에선 ‘피자 로비’만한 게 없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피자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식품이다. 미국에서는 “신들의 음식”이라고 불릴 만큼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다. 지난해 미 농림부가 발표한 2007~2010년 미국인들의 피자 소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약 4100만명의 미국인이 피자를 먹는다. 지난해 미국 내 피자 총매출은 385억2473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매출액은 세계 100위권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맞먹는다.
그런 피자가 최근 몇년 새 감자튀김·탄산음료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2010년 시행된 학교급식에 대한 연방 영양표준은 학내 카페테리아에 공급되는 피자를 겨냥했다. 올 하반기 시행될 영양성분표시제도 의무화 규정도 대표적인 정크푸드인 피자에 족쇄를 걸고자 하는 시도다. 이 개혁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와 유명 셰프 톰 콜리키오는 ‘피자의 적’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건강을 해친다’는 비난 속에 다른 정크푸드 업체들은 새로운 규제에 발을 맞춰왔다. 맥도널드는 자진해서 ‘해피밀’ 메뉴에서 탄산음료를 빼고 메뉴판에 영양성분표시를 공개했다. 웬디스도 어린이 메뉴에서 탄산음료를 제외시켰고, 버거킹도 동참했다.
피자업계는 달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피자의 영양성분표시를 조각 단위가 아닌 한 판을 기준으로 적시하라는 규정을 들고나오자, 도미노피자는 즉각 로비스트를 고용했고 다른 피자 업체들을 불러모았다. 2010년 2만여개의 피자 업체를 대변하는 ‘미국 피자커뮤니티’가 탄생했다. 이들은 매주 전략회의를 열었고, 2012년 직접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했다. 결국 식품의약국은 조각 단위로 영양성분표시를 하도록 규정을 완화했으며 피자업계가 반발한 몇가지 다른 조항도 완화했다.
같은 시기에 냉동피자업계는 미셸 오바마가 이끄는 학교급식 영양 캠페인에 맞섰다. 농림부는 아이들의 야채 섭취를 늘리자는 취지에서 급식에 공급되는 냉동피자의 토마토 페이스트 양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업계는 반발했고, 결국 의회가 나서 농림부의 요구를 무위로 돌렸다. 염분을 줄이고 통밀을 늘리라는 주문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냉동피자도 승리했다.
피자업계의 승리 ‘비결’로는 전폭적인 공화당 지지가 거론된다. 2012년과 2014년 미국 선거에서 피자업계는 통틀어 150만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냈다. 그중 130만달러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전해졌다. 민주당 후보들이 받은 후원금은 15만7000달러에 불과했다. <블룸버그>는 피자업계가 조건만 맞는다면 ‘단호한 결의와 적은 돈’으로도 의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해집단의 로비치고는 큰 금액이 오가지 않았는데도 피자업계가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최근 <뉴욕 타임스>에 ‘페퍼로니(피자를 빗댄 말)가 당파성을 가졌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피자 정치가 과거 석탄과 담배(정치)를 닮았다”고 짚었다. 그는 민주당이 노동계·법조계에서 후원을 받는 반면, 공화당은 에너지업계와 식료품 특히 피자업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자 당파성’은 농담이 아니다. 오히려 돈과 눈먼 이데올로기, 편견의 독성 강한 조합이며, 미국이 더 다스리기 어려워지는 사례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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