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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성장 꺾인 맥도널드 “정크푸드 이미지 지워라”

등록 2015-03-15 19:39수정 2015-05-05 16:29

세계 최대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의 간판 모습. 맥도널드는 최근 9개월 연속 세계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맥도널드 누리집 갈무리
세계 최대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의 간판 모습. 맥도널드는 최근 9개월 연속 세계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맥도널드 누리집 갈무리
세계 3만6천개 매장 패스트푸드제국
작년 매출·이익 33년 만의 첫 감소
강력한 경쟁자 ‘패스트캐주얼’에
항생제·성장호르몬 뺀 고급화로 대응
‘빠른 간편식’ 정체성 희석 우려도
맥도널드는 지난달 1일 미국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 때 ‘사랑으로 지불해요’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2일부터 밸런타인데이인 14일까지 미국 50개주에서 펼친 이 캠페인의 내용은 고객이 돈 대신 ‘사랑’으로 음식값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널드가 무작위로 캠페인 당첨 고객을 뽑았는데, 당첨된 고객은 점원의 유도에 따라서 다른 사람을 안아주거나 함께 춤을 추는 등의 행동으로 돈 대신 음식값을 낼 수 있었다.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이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도 미국 맥도널드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 감소했다. 캠페인 전인 1월과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내 매출이 늘었던 데 견주면 오히려 더 나빠졌다. 세계 시장에서 맥도널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전세계 맥도널드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했고, 9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매출이 4.4%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중국에서 지난해 7월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가 맥도널드에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고 지난 1월 일본에서 맥도널드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일본맥도널드홀딩스 매출은 28.7% 떨어져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이후 최악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8개월 연속 두자릿수 매출 감소다. 지난해 세계 맥도널드의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4%와 15% 줄었는데, 매출과 순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일은 1981년 이후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 속에서 돈 톰슨이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고 영국 출신인 스티브 이스터브룩이 이달 1일 새 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1940년대 맥도널드 형제가 운영하던 바비큐 식당에서 시작해 세계에 3만6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햄버거 패스트푸드 식당 체인이 된 맥도널드가 고전하는 배경에는 시대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맥도널드는 9일 지난달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공격적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들었다. <뉴욕 타임스> 등은 맥도널드를 위협하는 경쟁 상대로 다른 거대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인 버거킹 등을 꼽지 않고 이른바 ‘패스트 캐주얼’ 식당으로 분류되는 치폴레와 스매시버거 등을 들었다. 패스트 캐주얼 식당은 가격대가 패스트푸드와 패밀리 식당의 중간 수준이다. 예를 들어, 빅맥 가격은 3.99달러 정도이지만 치폴레와 스매시버거는 약 5.99달러 정도다. 패스트 캐주얼은 패스트푸드보다는 비싸지만 지역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항생제를 적게 써서 기른 가축의 고기를 사용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뉴욕 노점상 햄버거 가게로 시작한 셰이크색은 고급 햄버거를 내세워, 올해 초 뉴욕 증시에 상장되기도 했다. 맥도널드는 실적 발표 때 “현재 실적은 맥도널드가 소비자들과 함께 진화해야 할 급박한 필요성을 보여준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비즈니스 모멘텀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임 최고경영자 이스터브룩은 해결책으로 ‘정크푸드’ 이미지를 지워버리려 한다. 취임 뒤 그는 미국에서 앞으로 2년 안에 자사 메뉴에 사용되는 닭고기는 기본적으로 항생제를 쓰지 않고 키운 고기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인간한테도 쓰이는 항생제를 먹인 닭은 사용하지 않고, 닭 치료용으로만 쓰이는 항생제 사용은 계속 허용한다고 했다.

맥도널드는 또 올해 말부터 성장호르몬을 먹이지 않은 젖소에서 짠 저지방 우유와 무지방 초콜릿 우유를 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북미 공급 체인의 선임 부회장인 매리언 그로스는 “성장호르몬을 먹여 키운 젖소의 우유나 그러지 않은 젖소의 우유나 중요한 차이는 없지만, 우리는 고객들이 (성장호르몬을 먹이지 않은 젖소의 우유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항생제를 먹여 키우지 않은 닭고기나 저지방 우유 사용은 패스트 캐주얼 식당에서는 많이 채용하는 방식이지만, 미국에서만 1만435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맥도널드가 2년 안에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맥도널드가 패스트 캐주얼 식당과 경쟁에 나서면서 ‘빠르고 경제적이며 간편한’ 패스트푸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맥도널드가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며 어떻게 빠르면서도 고객 맞춤형이 가능하고, 저렴하면서 고품질이 될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연구기관인 ‘재니 몽고메리 스콧’에 따르면, 10년 전에 맥도널드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u·운전자가 차에 탄 채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 매장에서 주문하면 음식을 받기까지 평균 2분30초가 걸렸는데, 요즘은 평균 3분 이상인 189.5초가 소요된다. 맥도널드가 슬로푸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점 느려지는 이유는 메뉴의 고급화와 복잡화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맥도널드는 최근 120개가량 되는 메뉴의 수를 줄이는 작업에 나섰다. 컨설팅 전문가 래리 라이트는 “패스트푸드는 빠른 음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맥도널드는 더이상 빠르지가 않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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