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설·유럽 돈풀기로
1달러=1유로 시대 초읽기
신흥국 통화가치 곤두박질
국내 코스피도 3일째 내리막
1달러=1유로 시대 초읽기
신흥국 통화가치 곤두박질
국내 코스피도 3일째 내리막
‘슈퍼 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달러 가치의 가늠자로 활용되는 달러지수는 98.61로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달러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73년 3월 달러 가치를 100으로 설정해 기준으로 삼고,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6개 통화와 견준 달러 가치를 산출해 발표한다. 달러 강세를 두드러지게 하는 대표적 통화는 유로로,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1.06달러대에 거래돼 12년 만에 최저로 가치가 떨어졌다. 1유로와 1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parity·동등) 시대의 도래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오며, 도이체방크는 유로가 2017년에는 0.85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는 일본 엔에 견줘서도 강세다. 엔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10일 한때 달러당 122엔에 거래돼 8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11일 오후 5시 기준으론 달러당 121.25~121.28엔에서 거래돼 가치가 조금 회복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달러 강세는 특히 신흥국 통화에 견줘 두드러진다. 브라질 헤알은 10일 11년 만에 최저인 달러당 3.1709헤알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도 이날 달러당 12.1755랜드로 13년 만의 최저였고, 멕시코 페소는 달러당 15.62페소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는 미국 금융시장도 요동치게 했다. 10일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85% 내린 17662.95로 마감했고, 나스닥지수는 1.67% 떨어진 4859.79로 마감했다.
달러 강세의 배경은 유럽과 일본 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하는데 미국 경제만 거의 유일하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로존이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풀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타이 등도 기준금리를 낮춰 환율전쟁에 가담하고 있는 상황은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 연준이 초저금리를 조만간 인상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달러 가치를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전달에 견줘 0.2%포인트 낮은 5.5%로, 2008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준이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인내심’이라는 단어를 삭제한다면, 6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은 11년 전인 2004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때 ‘상당 기간 초저금리’라는 용어를 ‘인내심 발휘’라는 표현으로 바꾸고, 몇달 뒤 이 표현을 삭제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바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사흘째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1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94 내린 1980.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 2012.94로 2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 우려가 불거진 9일 이후 3거래일 동안 32.11 하락하며 1980선까지 내려갔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3.9원 오른 112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파른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 쪽으로 돈의 흐름을 바꾸는 만큼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등 신흥국 시장의 주식, 통화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방준호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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