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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페인 왕복 열차 귀환…‘신 실크로드’ 시대 활짝

등록 2015-03-01 20:50

이우-마드리드 잇는 세계 최장 철도
석달만에 왕복 2만6000㎞ 첫 대장정
중국-유럽 교역 더 가속화할 듯
2월22일 중국 저장성 이우에 64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무려 24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1월 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를 출발해,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6개국을 통과하는 대장정이었다. 고급 올리브유와 와인, 과일과 생활용품 등 유럽산 상품을 가득 싣고 왔다.

이 열차가 달린 철길은 장장 1만3000㎞에 걸쳐 중국과 유럽을 잇는 ‘이신어우’ 화물전용선이다. 지난해 11월 단일노선으로는 세계 최장의 철도로 개통됐다. 지구의 지름이 이 철도의 총연장에 약간 못 미치는 1만2756㎞다. 이전까지 세계 최장 철도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였다.

지난해 11월18일, 이우에서 82칸의 컨테이너 화물차를 매단 기관차가 힘찬 기적을 울렸다. 열차의 전체 길이만 어림잡아 1㎞를 훌쩍 넘는다. 이 열차도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스물하루 만인 12월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닿았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시즌과 새해 특수를 겨냥한 중국산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물, 문구류와 장난감 등을 실어 날랐다. 이 열차가 석달 만인 2월22일 유럽산 물품을 싣고 이우로 돌아오면서, 처음으로 왕복 2만6000㎞의 이신어우 노선을 완주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표현대로 ‘21세기 실크로드’가 활짝 열렸다.

철도는 19세기 유럽 근대화의 핏줄이자 제국주의의 식민지 정복과 수탈의 첨병이었다. 중국 최초의 상업철도도 청나라 말기인 1846년 영국의 한 교역회사가 건설했다. 그로부터 170년 뒤, 이제 철도는 거꾸로 중국이 유럽으로 팽창하는 상징이 됐다. ‘이신어우’라는 철도명은 중국 저장성 ‘이우’와 경유지인 ‘신장위구르’ 자치구, 그리고 ‘유럽’의 중국어 첫 글자에서 따왔다.

이신어우 노선의 개통으로 중국과 유럽의 교역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우는 세계 최대의 잡화용품 생산지이자 도매유통의 허브다. 마드리드 역시 유럽 최대의 소매시장으로 꼽힌다. 두 도시가 중국과 유럽 교역의 중추신경인 셈이다. 기존의 해상운송은 값이 싸지만 편도 운항에 길게는 45일이나 걸린다. 항공운송은 빠른 대신 비용이 많이 든다. 중국 <신화통신>은 최근 “이신어우 노선이 기존 항공운송과 해상운송에 의존했던 이우의 상품들을 더 효율적으로 수출하는 경로”라고 평가했다.

유럽은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또 중국은 유럽한테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유럽연합통계국의 최신 집계를 보면, 2013년 유럽연합과 중국의 교역 규모는 4284억유로(약 535조원)에 이른다. 하루 교역량만 11.7억유로(1조4600억원)어치다. 유럽연합 전체 교역량의 12.5%, 중국 전체 교역량의 13.4%를 차지한다. 두 거대 경제블록의 교역 규모는 2003년 1480억유로에 견줘 10년 새 190%나 늘었다. 연평균 19%의 급성장세다.

유럽연합의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교역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월 “유럽연합의 대중국 수출은 유럽에서 300만개의 일자리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중국은 유럽연합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50%나 더 투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미국 투자가 중국 투자의 20배나 된다”며, 양쪽이 투자·교역을 확대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신어우 노선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면서 세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탑재 차량을 갈아끼운다. 나라마다 철로의 궤도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기관차를 약 800㎞마다 교체하고 연료도 채워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 분야와 경유지들의 경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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