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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일 TPP 빅딜 초읽기?

등록 2015-02-22 19:48

미, 쌀 등 주요 농산물 관세 인정
일본은 관세 대폭 인하 수용 합의점
오바마 협상 타결 강한 의지 반영
향후 국제 무역질서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몰고 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하 티피피) 타결을 향한 큰 진전이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미·일 정부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일 간의 티피피 협상에 직접 참여 중인 미 국무부의 커트 통 수석차관보대리는 지난 11일 <아사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합의를 위한) 상당한 열기가 나오고 있다.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한동안 정체 상태였던 미-일 티피피 협상에서 큰 진전이 이뤄진 계기는 지난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실무자 협의로 추정된다. 그동안 미-일 간의 티피피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해온 것은 일본이 쌀, 소·돼지고기, 유제품, 보리·밀, 설탕 등 ‘주요 농산물 5개 품목’의 관세 철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의 원칙적인 철폐”를 주장하며 일본의 양보를 압박해왔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일본을 방문해 “솔직히 말해 미국의 생산자와 농업은 일본 시장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지만, 당시 일본은 끝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3일 “협상이 막판으로 다가서며 미국이 일정 정도의 관세를 인정하겠다는 자세로 전환했고, 일본도 수입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의 발동을 쉽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폭 관세 인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국간에 주요 농산물 5개 품목 ‘관세 존치’라는 큰 방향이 결정되면서 좀더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대화가 시작된 셈이다.

일본 언론들은 미·일 양국이 쇠고기의 경우 관세율을 현행 38.5%에서 15년에 걸쳐 10% 이하로 낮추는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 농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쌀은 일본이 미국산 쌀의 의무수입물량(MMA)을 5만t 정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현재 쌀 의무수입물량은 전체 소비량의 10%에 조금 못 미치는 77만t이다.

미국이 주요 농산물 5개 품목의 관세 문제에서 반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인 배경에는 임기 안에 티피피를 타결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초까지인 임기를 고려해 ‘티피피 체결’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티피피 협상이 타결되면 국내총생산(GDP) 총규모가 전세계의 40%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다. 이 협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국가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티피피는 향후 중국이 협정에 가입할 때 미·일이 짜둔 경제 규범 속으로 중국을 통합시키는 ‘올가미’ 구실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미-일은 조만간 실무회담을 다시 열어 남은 양국간 이견을 좁히고 3월엔 전 참가국 12개 나라가 모이는 각료회담을 열어 최종 타결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해 낸다는 계획이다. 이런 논의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아베 신조 총리는 5월 초로 예정된 미국 방문길에서 안보 분야에선 미-일 동맹의 범위를 전세계로 확장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미-일 가이드라인) 개정, 경제 분야에선 티피피 타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미-일 간 논의가 끝나더라도 티피피 내 선진국과 신흥개발국 사이엔 지식재산권, 국영기업 대우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이견이 상당해 논의가 급진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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