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양적완화 대비 조처” 분석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 30%↑
1유로 1.15달러…2003년 이후 최저
코스피 1900선 또 무너져…1888 마감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 30%↑
1유로 1.15달러…2003년 이후 최저
코스피 1900선 또 무너져…1888 마감
스위스 중앙은행이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하는 ‘최저환율제’를 갑자기 폐지하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최저환율제 폐지는 임박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의 양적완화에 대비하려는 선제적 조처라는 분석이 많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포함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란 신호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15일 “1유로당 1.2스위스프랑을 최저환율로 설정한 제도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준금리도 현행 -0.25%에서 -0.75%로 낮춘다고 밝혔다. 스위스 최저환율제는 2011년 9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격히 오르자 도입된 제도다. 스위스는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데, 스위스프랑 가치가 너무 오르면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폐기되자 스위스 시계기업 스와치의 최고경영자인 닉 하이에크는 “지진해일(쓰나미)과 같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주가지수는 이날 9% 가까이 하락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유비에스(UBS)는 최저환율제를 폐지함에 따라 스위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애초 전망됐던 1.8%에서 0.5%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속내는 22일로 예상되는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실시 이전에 선수를 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하면 유로 가치는 떨어지고, 스위스가 최저환율제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유로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 폐지를 선언한 지 몇분 만에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는 30% 정도 급등했다. 15일 유로 가치는 유로당 1.15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2003년 11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스위스프랑화의 가치가 치솟자 스위스 환전소마다 프랑화를 유로화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외환전략가인 키트 주크스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조처가 더욱 광범위한 달러 강세 현상을 촉발할 것이고 시장 변동성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프랑(CHC) 표시 채권을 많이 발행한 폴란드는 갚아야 할 빚도 급증하게 돼 직격탄을 맞게 됐다. 폴란드 총부채의 14.6%, 가계부채의 37%가 스위스프랑 표시 부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30~40% 급등하면 그만큼 빚도 늘어 폴란드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16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스위스발 충격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전날보다 26.01(1.36%) 떨어진 1888.13으로 거래를 마쳐 1900선이 다시 무너졌다.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처 기대감에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내린 달러당 107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기원 정남구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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