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젠린 완다그룹 회장
소비자 기호 읽는 능력 탁월
마윈과 중국 최고 갑부 다퉈
마윈과 중국 최고 갑부 다퉈
“나는 마윈(알리바바 회장)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그는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뛰고 있지만, 나는 오프라인 세계에서 천천히 달린다.”
왕젠린(61·사진) 완다그룹 회장의 말이다. 왕 회장은 흔히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비교되곤 한다. 중국 최고 부자 자리를 다투는 두 사람은 지난해 중국 경제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다. <포브스> 중국어판이 선정한 2013년 중국 최고 부자의 자리를 차지했던 왕 회장은 지난해 9월 중국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2014년 중국 부자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한 마윈 회장(재산 1500억위안) 일가에 밀려 2위(1450억위안)에 올랐다.
1954년 쓰촨성 창시현에서 태어난 왕젠린은 16살이던 1970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16년간 복무했다. 1986년 군 인력 구조조정 당시 다롄시 시강구 판공실 주임으로 옮겨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파산 위기에 내몰린 시강구 산하 주택개발공사의 경영을 맡은 그는 서양식 욕실과 창문을 도입해 주택을 짓는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을 거뒀다. 소득이 늘면서 현대적인 집을 원하는 중국 소비자의 새로운 욕구를 간파한 것이다. 부동산 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1988년 완다그룹을 창업했다.
왕젠린은 창업 뒤 부동산업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단순히 아파트나 상가를 지어 팔거나 임대하는 기존 부동산 기업들과 달리 복합 쇼핑센터 개념을 도입했다. 백화점과 호텔, 오피스텔, 식당, 영화관을 입점시켜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쉬고 즐길 공간이 없는 당시 중국의 현실을 꿰뚫은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완다는 중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맞았지만 완다는 승승장구했고, 왕젠린의 재산 규모는 2011년 71억달러에서 2014년 218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완다의 매출은 지난 9년 동안 매년 30% 이상 증가했다. 이제는 대중의 새로운 욕구에 맞춰 문화사업과 전자상거래 영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완다의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이며 직원 복지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유급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 빌 게이츠가 있다면 중국에 왕젠린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부도 많이 했다.
왕젠린은 “처음 영화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모든 이들이 반대했다. 모든 사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해야 성공할 수 있고,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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