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이미 미국 영화·방송산업의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 넷플릭스사 누리집 화면 갈무리
미국 가정 가입비율 40%로 급증
가격 싸고 시간·장소 마음대로
TV 시청자·영화 티켓 판매 줄어
선두 넷플릭스 세계 50여개국에
자체 콘텐츠·초고화질로 차별화
가격 싸고 시간·장소 마음대로
TV 시청자·영화 티켓 판매 줄어
선두 넷플릭스 세계 50여개국에
자체 콘텐츠·초고화질로 차별화
미국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대표이사는 지난달 24일 멕시코를 방문한 자리에서 방송사업자들의 신경에 거슬리는 발언을 했다. 그는 텔레비전(TV)에 대해 “그것은 말과 같다. 알다시피 말은 우리가 자동차를 가질 때까지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티브이 방송 시대는 아마도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동차라면 티브이는 말에 비유할 수 있다며, 이것이 존속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트리밍이란 소리나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파일을 내려받아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 온라인으로 재생하는 방식을 말한다.
헤이스팅스 대표의 발언이 과장된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은 괄목할 만하다. 최근 몇년간 지상파와 케이블 티브이 등 방송과 영화산업이 뒷걸음질하는 주요 요인이 바로 스트리밍의 보급 확대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스트리밍 업체로는 넷플릭스와 아마존닷컴 프라임, 훌루 플러스가 꼽힌다. 이 서비스는 우선 케이블 티브이에 견줘 가격이 매우 싸다. 넷플릭스는 월 8.99달러, 아마존닷컴 프라임 서비스는 연 99달러다. 이런 가격은 미국 내 가정들이 전통적으로 보고 있는 케이블 티브이 번들(묶음)에 견주면 엄청나게 싼 것이다. 대개 채널이 100개 이상 묶음으로 판매되는데 가격이 월 80~100달러를 넘고, 프리미엄 채널을 추가하면 더 비싸진다.
게다가 스트리밍은 티브이와 달리,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영화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티브이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라이선싱 방식으로 구입해 방영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하기도 한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 큰 인기를 끌었고, 아마존닷컴 프라임도 <알파 하우스> 등을 선보였다.
스트리밍 업체들의 성장세는 놀랍도록 빠르다. 광역인터넷 서비스를 받고 있는 미국 가정 가운데 스트리밍에 가입한 가정의 비율은 올해 1월 34%에서 10월에는 40%로 급증했다. 선두 업체인 넷플릭스의 미국 내 가입자 수는 대표적인 영화 전문 채널 에이치비오(HBO)의 가입자 수를 이미 지난해 추월했다. 이 업체는 세계 5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하고 있고, 총 가입자는 500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미국 내 가입자는 4분의 3가량이다. 아마존닷컴 프라임 가입자도 5000만명에 이르며, 훌루 플러스는 약 600만명이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의 조사 결과를 보면, 티브이 시청자 수는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반면, 스트리밍 시청자 수는 60%나 늘었다. 닐슨은 스트리밍 이용자가 급증하자 이달부터는 스트리밍 업체들이 제공하는 티브이 프로그램과 영화의 시청률도 공식적으로 집계해 발표할 예정이다.
영화산업도 스트리밍 보급 확대의 영향권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영화 티켓 판매는 극장 개봉작들의 수준에 영향을 받아왔지만 2011년부터는 이런 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영화 수준이 평균 이상이었지만 티켓 판매액은 평균 이하”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올여름에는 티켓 판매액이 지난 14년 새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라며 “가장 큰 요인이 스트리밍의 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케이블 채널인 에이치비오와 지상파 방송인 시비에스(CBS)는 지난 10월 독자적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시비에스는 ‘시비에스 올 액세스’를 10월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월 6달러다.
영화업계도 수성에 진력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같은 영화사는 개봉작을 영화관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발표하는 실험을 했다. 이 영화사는 올 2월 <베로니카 마스>를 개봉하면서 온라인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70개 극장에서만 개봉을 했다. 미국 3대 극장체인인 리걸·에이엠시(AMC)·시네마크는 개봉작을 3개월간 독점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현행 계약을 고수할 예정이다. 그러지 않고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트리밍 업체들이 서비스를 할 경우에는 수익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탓이다.
이에 대해 스트리밍 업체들은 독자적인 콘텐츠 제작과 초고화질인 ‘4K’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등 서비스 차별화와 국제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아마존닷컴 프라임은 결국 승패는 좋은 콘텐츠를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콘텐츠 구입과 자체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넷플릭스의 올해 콘텐츠 부문 예산은 3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마케팅(5억달러)과 기술개발(4억달러) 투자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아마존닷컴 프라임도 최근 엠티브이(MTV)의 전직 대표이사를 영입하고, 올해 3분기에만 자체 콘텐츠 제작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투자자들에게 티브이 마케팅 추세를 자문하는 회사인 밴드위스 컨설팅의 브라이언 레이더 대표이사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우리는 지금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먼저 생각하고 티브이를 그다음에 생각하는 전환점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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