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저가경쟁 어디까지
생산단가는 러시아도 50달러
아직 “출혈은커녕 남는 장사” 러시아나 중동 국가 등 주요 산유국들이 재정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유가를 중시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카타르·쿠웨이트 등 몇몇 나라를 빼고는 상당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한 유가 수준은 국가마다 편차가 큰데 상당수가 100달러 안팎에 분포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기 우려가 큰 러시아는 110달러, 국가부도설이 도는 베네수엘라는 120~160달러까지 올라간다. 중동 산유국도 편차가 커서 사우디아라비아는 90~104달러, 이란은 130달러, 이라크는 101~106달러인 반면에 쿠웨이트는 50~78달러로 크게 낮다. 산유국들이 저마다 체감하는 부담에는 재정균형 유가 말고도 생산단가라는 변수도 크게 작용한다. 예컨대 베네수엘라는 재정균형 유가가 120~160달러로 높지만, 국영 석유기업의 생산단가는 11.4달러 수준으로 크게 낮다. 러시아도 재정균형 유가는 100달러가 넘어가지만 생산단가는 50달러 수준이다. 중동은 평균 27달러까지 내려간다. 생산단가로 봤을 땐 현재 유가 수준에서도 출혈은커녕 남는 장사란 얘기다. 이들 국가들은 결국 값이 싸진 원유를 가능한 한 많이 팔아서 재정을 벌충하는 카드를 선택하게 된다. 게다가 주요 산유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국가부도 수준이 아니라면 저유가 충격을 달러 강세 효과로 완화해주는 측면이 있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펙이 미국 셰일에너지의 고사를 겨냥해 공급조절자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상황이라면, 산유국인 신흥국들은 감산보다는 더 많이 팔아서 재정을 보완하고 정치적 불안을 줄이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며 “저유가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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