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도 긴장감 고조
유가 급락과 미국의 경제 제재에서 비롯된 러시아 경제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 쇼크와 신흥국으로의 금융위기 전이 우려가 부각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는 양상이다.
물론 당장 러시아 위기 자체만으로는 국내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긴 하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가 디폴트(채무불이행)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유럽의 실물 경제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미국의 금리 인상 분위기와 맞물려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내 금융시장은 러시아 위기 확산 우려에도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코스피는 3.79(-0.21%) 내린 1900.16에 거래를 마쳐 19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전날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8.2원 급등한 1094.9원에 장을 마쳐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다. 금융시장에선 전반적으로 러시아 위기가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집계한 러시아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3억6000만달러로 전체 대외 여신의 1.3%에 불과했다. 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 12개국의 익스포저를 모두 합치면 113억3000만 달러로 전체의 10.5%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출 규모가 지난해 110억49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 불과한 것도 러시아 위기가 국내 실물경기에 끼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러시아 자체만으론 영향 제한
“한국은 일부 신흥국과 달라
원화자산 선호 확대 여지도” 유럽 실물경제 치명타땐 얘기 달라
“외환보유고 4천억달러도
충분히 버틸 실탄 못될 것” 분석도 임노중 아이엠(IM)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러시아 위기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튼튼한 펀드멘털(기초여건)이 반영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일부 신흥국과 달리 한국이 경우 거시안전성 부각에 힘입어 외국인의 원화자산 선호 현상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말 아르헨티나 페소화 폭락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때도 국내 금융시장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양호한 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디폴트나 모라토리엄이 현실화한다면 사정은 다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유가 급락분이 추가로 반영되면 아직은 흑자인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수밖에 없고, 4000억달러 남은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버틸 실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러시아 이외에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 통화 및 금융불안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어 신흥국 전반의 직간접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 위기가 확대되면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는 유럽 경제에 타격을 줘 한국에도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와 유로존 경제의 높은 상호의존성을 감안할 때 러시아 위기로 인한 유로존의 대러시아 수출 장기 둔화는 유로존 실물 경기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러시아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인데, 그 여파가 유럽에 미치고 간접적으로 한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모라토리엄이 겹칠 경우, 2009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예상돼 우리나라 수출은 2.9%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당국은 러시아 위기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통화대책반 회의를 열어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그 영향이 다른 신흥국으로 파급될 경우 우리나라 외환·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도 “러시아 위기가 무역 및 금융연계가 높은 유로존 및 주변 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수헌 방준호 기자 minerva@hani.co.kr
“한국은 일부 신흥국과 달라
원화자산 선호 확대 여지도” 유럽 실물경제 치명타땐 얘기 달라
“외환보유고 4천억달러도
충분히 버틸 실탄 못될 것” 분석도 임노중 아이엠(IM)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러시아 위기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튼튼한 펀드멘털(기초여건)이 반영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일부 신흥국과 달리 한국이 경우 거시안전성 부각에 힘입어 외국인의 원화자산 선호 현상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말 아르헨티나 페소화 폭락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때도 국내 금융시장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양호한 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디폴트나 모라토리엄이 현실화한다면 사정은 다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유가 급락분이 추가로 반영되면 아직은 흑자인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수밖에 없고, 4000억달러 남은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버틸 실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러시아 이외에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 통화 및 금융불안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어 신흥국 전반의 직간접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 위기가 확대되면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는 유럽 경제에 타격을 줘 한국에도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와 유로존 경제의 높은 상호의존성을 감안할 때 러시아 위기로 인한 유로존의 대러시아 수출 장기 둔화는 유로존 실물 경기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러시아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인데, 그 여파가 유럽에 미치고 간접적으로 한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모라토리엄이 겹칠 경우, 2009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예상돼 우리나라 수출은 2.9%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당국은 러시아 위기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통화대책반 회의를 열어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그 영향이 다른 신흥국으로 파급될 경우 우리나라 외환·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도 “러시아 위기가 무역 및 금융연계가 높은 유로존 및 주변 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수헌 방준호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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