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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텍사스유 배럴당 60달러선마저 붕괴…저유가, 글로벌 디플레이션 전조?

등록 2014-12-12 19:46수정 2014-12-12 20:59

두바이유도 50달러대 초읽기
오펙, 내년도 수요 전망 하향
국제적 수요 위축 우려 커져

국내 기업 생산비 절감 효과보다
디플레이션 위기감 확대될 수도
산유국에 대한 수출 타격 등
외부 리스크에 적극 대비 필요
국제유가의 심리적 지지선이던 배럴당 60달러대가 힘없이 무너지고 50달러대 시대가 열리면서 내년도 유가의 저점을 알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유가 급락의 뿌리가 단순히 공급과잉뿐만 아니라 국제적 수요 위축에 닿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순수입국으로서 생산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던 우리 경제도 글로벌 디플레이션 등 저유가 시대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더 적극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날 종가인 배럴당 60.94달러보다 99센트(1.6%) 떨어진 59.95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거세던 2009년 7월14일 이후 최저점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는 같은 날 61.75달러를 기록했으나 시차에 따라 뉴욕과 런던의 원유 거래가격이 다음날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50달러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내년도 상반기 유가가 4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보는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조차 배럴당 30~40달러대의 비관적 전망에 가세하는 추세다.

이날 유가 급락에는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의 내년도 원유 수요 전망이 12년 만에 최저치로 하향 조정돼 글로벌 저수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오펙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원유에 대한 일평균 수요가 올해 2936만배럴로 추산되는데, 내년도는 2890만배럴로 40만배럴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1·2분기 일평균 수요는 각각 2830만배럴, 2810만배럴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하루 생산량 3000만배럴보다 200만배럴이 초과 공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급락이 단순히 공급 측면 유인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을 넘어 국제적 수요 위축, 디플레이션의 전조라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생산단가가 비싼 미국 셰일에너지의 고사를 겨냥해 오펙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에도 감산을 거부하는 등 공급 측면에서 유가를 끌어내리는 유인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10일 발표된 중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나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중국의 수요 위축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디플레이션 우려가 짙은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양적완화와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17일 이후 조기대선 정국에 들어갈 그리스의 정치적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유가 하락에 따른 긍정적 파급 효과가 과거에 비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같은 원유 순수입국가에서 유가 하락은 기업들의 생산비 절감을 가져오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게 일반적인 공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1년 뒤 투자(0.02%), 소비(0.68%), 수출(1.19%) 등이 모두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이 0.27% 높아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수입물가 하락으로 교역 조건이 좋아져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국민총소득(GNI)은 0.41% 늘어나, 국내총생산보다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국내 성장동력 약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유가 하락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가 즉시 소비·투자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뜩이나 저물가에 따른 경기 위축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위기감만 더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은 “총론적으로는 기업들의 생산비용 절감의 기회요인이 있다고 보지만, 유가 하락이 전세계적 저수요의 결과물일 수 있어 저유가 효과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러시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재정 악화와 통화 약세,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외부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 이영원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폭락이 거듭되면서 산유국과 원자재 생산 비중이 높은 신흥국 전반에 위험도가 확대되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한국 경제의 실익 여부 이전에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 증가로 인한 부담이 커졌다”고 짚었다.

정세라 김수헌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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