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경제

미국이 깐 경제그물망 ‘TPP’…중국 길들이기 노림수

등록 2014-12-07 20:11수정 2014-12-07 22:28

[월요리포트] TPP와 미-중 경제 전쟁
G2, 아시아·태평양 경제패권 수싸움
한국, TPP 가입 조급증 버려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 12개 국가의 시장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과 관련해 미국의 의도를 상당히 솔직하게 털어놨다.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기업 경영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티피피의 부수적 혜택 중 하나는 중국이 적응해야 하는 높은 기준을 만들고, 정말로 무역과 투자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티피피 출범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티피피를 성취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몇몇 나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노동·환경 기준과 투명성을 높이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티피피를 활용해 중국 경제를 미국식 시장 중심 경제체제로 바꾸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티피피 협상이 타결되면 국내총생산(GDP) 총규모가 전세계의 40%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한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협상에서 제외한 채 협상 타결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시장개방 수준이 높고 미국식 시장규범을 담은 협정을 만든 뒤, 나중에 중국이 이 협정에 가입할 때 이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티피피는 상당 부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준의 시장 개방과 규범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국유기업에 대한 특혜 폐지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티피피 협상팀으로부터 협상 내용을 브리핑 받은 워싱턴 싱크탱크 소식통은 “일각에선 티피피를 미국이 중국 경제를 ‘봉쇄’하려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그보다는 국가 주도의 중국 경제 시스템을 미국식으로 바꾸려는 ‘관여’ 전략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지난달 개방 수준이 낮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조기 협상 제안과 함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판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실크로드 기금 설립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투자은행과 실크로드 기금 설립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지원해 개발을 돕는 한편으로, 이들 국가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미-중의 치열한 경제 패권 경쟁 와중에 우리 정부는 티피피 가입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제단체들에선 국제적 생산 분업 구조의 현실을 고려해 미국이 주도하는 티피피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다. 티피피 역외에 머물게 되면 경쟁국인 일본에 크게 뒤처질 수 있고, 가입 땐 티피피 역내 교역활성화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많은 통상·외교 전문가들은 티피피 참여 이익이 과장돼 있으며, 실질적으로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추가되는 상황으로 인한 위험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며 신중·반대론을 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티피피 협상 틀 바깥에 머물면서 협상 결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또 티피피 가입 선행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에서 미 자동차·제약·금융업계의 추가 요구를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는 등 ‘값비싼 입장료’ 논란도 거세다.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정세라 기자 hyun21@hani.co.kr

▶아태 12개국 미국식 경제체제로…‘중국 체질 변화’ 압박
▶“한-미 FTA를 알면 TPP가 보인다”
▶정부, TPP 가입 서두르다 ‘비싼 입장료’ 덤터기 쓸라
▶한국-TPP 참여 12개국 관계는?
▶“TPP는 중국 겨냥 분명해…한국과 FTA 체결 서둘러”
▶“당나라 때 영광 다시한번”…중국, 육·해상 ‘신실크로드’ 뚫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일본 정부 “윤석열 구속기소 특별한 관심 갖고 주시” 1.

일본 정부 “윤석열 구속기소 특별한 관심 갖고 주시”

트럼프, 콜롬비아에 ‘50% 관세’ 위협했다가 9시간 만에 유예 2.

트럼프, 콜롬비아에 ‘50% 관세’ 위협했다가 9시간 만에 유예

우크라, 러 정유 공장 또 공격…젤렌스키 “유가 인하가 중요” 3.

우크라, 러 정유 공장 또 공격…젤렌스키 “유가 인하가 중요”

‘최악의 산불’ LA, 이번엔 홍수로 산사태 우려 4.

‘최악의 산불’ LA, 이번엔 홍수로 산사태 우려

이시바 총리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절대 용인 안 돼” 5.

이시바 총리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절대 용인 안 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