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중국이 금리 인하에 나섰다. 유럽은행은 돈 풀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경기 부양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
경기 부양 대책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속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 특히 단기적으로 강한 상승 요인이 된다. 저금리·고유동성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 정책을 펼 때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은 부작용 발생 여부다. 재정 정책은 적자 규모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수위 조절이 쉬운 반면, 금융정책은 부작용이 나중에 나타나므로 통제하기 힘들다. 지금은 물가 상승보다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금융 완화 정책을 펴는데 문제될 부분이 없다. 경제와 관련한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이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장기 효과는 미지수다. 기대한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기존에 썼던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경제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부양책의 강도가 낮아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해결이 어렵지 않다. 정책 수위를 높이면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사용된 정책이 전례 없이 강한 내용들이어서 수위 조절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기준금리를 0.25% 이하로 내린 것도 그렇고, 돈이 돌지 않는 공백을 돈의 공급을 늘려 메우겠다는 발상도 과거에 유례가 없는 것들이었다. 부양책이 작동하지 않는 건 경제 구조가 악화돼 정책이 통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기대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주가의 장기 그림은 정책 내용보다 실제 정책이 먹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추가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몇 번 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유럽 시장도 연중 최고까지 올라갈 걸로 전망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 시장이 2100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건 부양책이 없거나 강도가 약해서가 아니다. 강한 정책을 시행해도 경제 상황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형태가 주요국 경기 부양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 유럽이 다앙한 경기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장을 회복하는데 실패한 건 경제가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어서다. 중국의 성장률이 7%대에서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건 고도성장기가 끝났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 부양대책은 재료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맞다. 경제 지표를 통해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 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