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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일본의 딜레마…경기회복이냐 건전성 확보냐

등록 2014-11-20 20:04수정 2014-11-20 22:16

일본은행 총재 “재정규율 지키길”
추가 증세 미룬 아베 견제 발언
올 세입 43% 빚으로 충당
경기침체 불구 추가 증세 조언나와
경기회복이 먼저일까, 재정 건전성 확보가 우선일까.

19일 일본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끝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조심스런 태도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현재 일본의 경기 동향에 대해 ‘완만한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재정 규율은 매우 중요하며, (정부가) 이것을 지켜주길 강하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발언에 대해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추가 인상(8%→10%)를 1년 반 연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근 결정에 대한 “은근한 견제”라고 표현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의 재정 재건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로다 총재의 이날 발언은 현재 일본 경제가 맞닥뜨린 딜레마적 상황을 압축해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 경제는 지난 4월 단행한 소비세율 인상(5%→8%)으로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며 4~6월 분기 성장률 -7.1%(연율)에 이어 7~9월 분기 -1.6% 등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것은 일본의 재정적자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었다. 일본 재무성 자료를 보면, 2014년 일본 정부의 세입 95조8823억엔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1조2500억엔(43%)이 나라 빚인 공채로 충당되어 있다. 1년 지출이 1000만원인 집에서 수입이 570만원에 불과해 매년 430만원을 빚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일본의 장기 채무잔고는 사상 처음 1000조엔을 뛰어넘어 1010조엔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의 20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유럽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의 국가 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의 153%(2012년 현재) 수준이었던 것과 견줘도 더 심각하다.

18일 추가 증세 연기를 발표한 아베 총리의 판단에 대해선 과반수를 넘는 일본 경제 전문가들이 이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증세 연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45명의 경제 전문가를 불러 진행한 일본 정부의 ‘경기 점검회의’에서도 60% 이상이 계획대로 소비세율을 올릴 것을 조언했다. 구로다 총재도 이날 정부가 증세를 연기해 일본 국채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고 그 여파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에 대해 “(그런 리스크가) 작긴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면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 비관론자들이 늘 경종을 울리고 있는 정부 재정 파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힌 것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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