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필요땐 추가 부양책”
양적완화 가능성 내비치자
유로화 1.24달러선 아래로
엔도 7년만에 달러당 115 넘어
일주일만에 5%이상 가치 하락
양적완화 가능성 내비치자
유로화 1.24달러선 아래로
엔도 7년만에 달러당 115 넘어
일주일만에 5%이상 가치 하락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책을 쓸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유로화 가치가 급락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자국 통화 약세 경쟁이 유로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엔화가치는 약세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주요 통화에 견줘 강세를 보이면서 7년 만에 115엔을 넘어섰다. 7일에도 엔-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유지하며 115엔선 위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하기 전날인 10월30일 엔-달러 환율은 109.21엔이었다. 엔화가치는 일주일만에 5% 이상 떨어졌으며, 내년엔 엔-달러 환율이 120엔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유로화도 달러화에 견줘 급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05%로 2개월째 동결하고 기존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장 실행할 새로운 경기 부양책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비전통적 조처들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하자, 추가 부양책을 고대하던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유로 환율은 1유로당 1.2496달러에서 1.2375달러로 0.89%나 떨어졌다. 1유로가 1.24달러선 아래로 내려선 것은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 등 유럽 주요 증시는 물론 뉴욕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번 회의는 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한 직후 열렸다.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인지가 관심거리였지만, 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대로 당장 실행될 추가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지나치게 장기화한 저물가를 타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유럽중앙은행이 주어진 권한 하에서 추가적인 비전통적 조처들을 내놓는다는 데 정책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밝혔다. 또 “중앙은행 직원들이 커버드본드와 자산유동화증권 매입을 넘어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는 추가적 방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드라기 총재는 지난 9월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해 유럽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2조유로에서 3조유로로 확대(자산 매입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회의를 통해 대차대조표 ‘1조유로 확대’에 대한 정책위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냈고, 또 회사채 매입을 넘어서는 추가적 방안도 준비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 발언 뒤 시장 일부에선 유럽중앙은행이 내년 초 회사채를 넘어 국채까지 사들이는 완전한 양적완화를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그 그래머 이코노미스트는 “회견에서 그런 시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초 (완전한) 양적완화가 실행될지 모른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김수헌 손원제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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