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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장기 저성장 시대’ 경고음…각국 속수무책

등록 2014-10-13 20:43수정 2014-10-13 23:48

크리스틴 라가르드(왼쪽) 국제통화기금(IMF) 사무총장과 김용(오른쪽) 세계은행 총재가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 총회 개발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왼쪽) 국제통화기금(IMF) 사무총장과 김용(오른쪽) 세계은행 총재가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 총회 개발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독일·중국 등 성장률 둔화로
동유럽 등 신흥국 원자재 수요 줄어
7월 경제성장률 4.3%로 0.2%p↓
“미 양적완화 끝나 신흥국 타격 우려”
유로존 침체 위기에 선진국도 암울
저성장에 국제유가 넉달새 19%↓
전세계가 ‘장기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암울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국가들)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신흥국 경제성장 전망도 어둡다. 세계적 경기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유가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꺼내 든 카드들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속수무책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일(현지시각) 신흥국 경제가 새로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자료를 인용해, 주요 신흥국 19개국의 8월 산업생산과 2분기 소비지출이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버팀목 구실을 해온 독일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신흥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신흥국 중에서 가장 심각한 곳은 동유럽이다. 동유럽은 독일 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많은데, 독일의 산업생산지수가 8월 104.5로 전달에 견줘 4% 감소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중남미도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원자재 수요가 감소한데다, 역내 소비자들의 지출도 감소해 8월 산업생산이 침체됐다. 그나마 아시아 신흥국들의 8월 산업생산지수 성장률은 5%로 신흥국 전체 평균인 2%를 초과했지만, 중국 경기 둔화의 여파로 성장동력이 줄고 있다고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통계를 보면, 신흥국 전체의 7월 경제성장률은 4.3%로 전달에 견줘 0.2%포인트 하락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활력 넘치던 곳(신흥국)에서 이제는 저성장이 고정적인 현상이 됐다”고 짚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국 담당 분석가인 닐 시어링은 “이건 ‘뉴 노멀’(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소비가 굳어진 현상)”이라며 “2010년대 내내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이달 말께 양적완화를 종료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 상승이 계속되고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벌어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사무총장도 지난주 연차회의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신흥국들의 타격이 우려된다며 “브라질과 러시아 같은 나라들에서의 경기침체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의 사정도 먹구름 속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유로존이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40%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유럽연합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계획 등을 밝혔으나 충분치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주 국제통화기금 연차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은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추가 부양책도 쓸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유럽중앙은행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미국도 무역 상대국들의 경제 악화와 달러 강세 현상으로 수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문제는 그간 세계경제의 구원투수 노릇을 했던 완화적 통화정책마저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수준까지 낮아진 상태이지만, 여전히 돈은 돌지 않고 수요는 부족하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은 “온갖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요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은 좀더 직접적인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각국 정부에 그럴 만한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당분간 기술적인 반등은 있을 수 있어도 이런 추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저성장과 수요 부족 현상은 국제 유가의 하락에도 반영돼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원유 선물 가격은 13일 배럴당 84달러대로 6월19일의 103.85달러에서 넉달 만에 약 19%가량 하락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0일 브렌트유 가격이 2010년 12월 이후 최하인 배럴당 88달러까지 떨어졌다며 “유가가 계속 낮게 유지된다면 일반 원유보다 생산 단가가 비싼 셰일 원유 개발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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