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성장 억제·인플레 억눌러”
금리 인상시기 결정에 영향 줄듯
일본에선 엔저여파 중소기업 타격
9월 28건 도산…작년비 2배로 늘어
금리 인상시기 결정에 영향 줄듯
일본에선 엔저여파 중소기업 타격
9월 28건 도산…작년비 2배로 늘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 속에서 강한 달러에 대한 우려를 본격적으로 나타냈다. 일본에서는 달러 강세에 따른 엔화 약세가 원료수입 중소업체의 도산을 촉발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16~17일 열린 연준 정책회의에서 연준 관리들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달러 강세가 국내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인플레이션도 억누르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8일(현지시각) 공개된 회의록을 인용해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연준 회의에서는 유럽·일본·중국 등에서의 실망스런 성장이 미국의 수출을 억제할 수 있으며, 강한 달러가 수입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상품가에 하향 압력을 넣어 인플레를 연준의 목표치인 2%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이런 우려에서 연준은 중기 성장률 전망치를 조금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록에는 “일부 참가자들은 유로존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의 지속적 미달은 추가적인 달러 절상을 이끌고 미국 대외분야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중국과 일본의 더딘 경제성장,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예상 밖 사태도 유사한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쓰여 있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달러 강세는 이번 회의에서 제로 수준인 단기금리를 언제 올릴 것인지에 관한 토론에서 의미있는 사태 전개를 가져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향후 연준의 첫 금리인상 시기는 2015년 중반께로 전망됐으나, 최근 개선되는 미국 노동시장은 조기 금리인상 압력을 넣고 있다. 하지만 회의록은 저성장과 강한 달러가 초래하는 반인플레 효과가 조기 금리인상을 다시 막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달러 강세에 따른 엔저가 취약한 중소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엔저가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장점도 있지만, 급격한 엔저로 인해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중소기업의 도산이 크게 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는 8일 발표한 9월 기업도산상황 자료에서 엔저가 원인으로 보이는 도산(부채액 1000만엔 이상)이 9월 한달 동안 28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배 늘었다고 발표했다. 부문 별로는 원료비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운송업이 가장 많았고, 제조업과 판매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견줘 이 기간 기업의 전체 도산 건수는 827건으로 지난해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기간을 좀 더 넓혀 올 들어 9월까지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엔저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도산은 모두 2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늘었다. 이 자료를 발표한 도쿄상공리서치는 “최근과 같은 급격한 엔저가 계속된다면 원재료값 급등을 판매가격에 전가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수익에 악영향을 끼쳐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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