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공개 규모 250억달러 육박
영어교사 출신 마윈 회장
전자 상거래 시장 개척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기업공개 규모 250억달러 육박
영어교사 출신 마윈 회장
전자 상거래 시장 개척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하 알리바바)이 기업공개(IPO)와 정보기술 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인가?
1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둔 알리바바가 공모가를 기존의 주당 60~66달러에서 주당 66~68달러로 상향 조정하겠다며 미국 증권당국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15일 보도했다. 이 가격대에서 주식 발행이 이뤄지면 알리바바의 기업공개 규모는 218억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뉴욕증시의 기업공개 사상 최대 규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 주간사들이 주식발행 물량을 늘릴 수도 있기 때문에 알리바바가 최대 250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뉴욕증시에서 최대 기업공개 기록을 세웠던 비자카드(197억달러), 정보기술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페이스북의 기업공개 규모(160억달러)를 넘어선다. 이렇게 되면 알리바바는 전세계 정보통신 산업계에서 페이스북, 이베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올라선다. 미국 등 서구가 지배해온 정보기술 사업의 주도권이 급성장하는 거대시장을 품은 중국을 향해 움직이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전직 영어교사 출신 마윈(50)이 1999년 항저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친구 17명과 함께 보잘것없는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알리바바가 15년 만에 세계 정보기술 사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기반에는 중국 제조업의 약진과 방대한 중국 시장이 있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창업하면서 기업간거래(B2B) 인터넷 중개부터 시작했다. 수출처를 찾고 있는 중국 중소기업과 생산자를 찾는 외국 기업을 인터넷상에서 연결해주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 제조업을 활용하는 전략이었다.
이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도약대는 2003년 기업 대 소비자(B2C)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를 출범시킨 것이다. 타오바오 등을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흐름을 선도했고, 이베이와 경쟁하면서 세계적 정보기술 기업으로 우뚝섰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중국 인터넷 사용 인구가 6억명으로 이미 미국(2억7700만명)의 두배가 넘는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자사를 통해 온라인 쇼핑을 하는 인구가 2억97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 위에 올라 있는 알리바바는 어떤 서구 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비비시>는 알리바바의 올해 회계연도 매출이 약 85억달러로 이베이의 16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알리바바가 57%로 이베이의 28%를 크게 앞선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가 처음 시장에 진입한 2003년 이베이를 제치기 위해 처음에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알리바바의 극적인 성공에는 마윈의 거침없는 ‘괴짜’ 행보가 큰 역할을 했다. 마윈은 지금도 회계장부를 못 읽는다고 말할 만큼 수학에는 재능이 없었으나, 중국의 개혁개방이 막 시작되던 10대 시절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항저우의 호텔로 가 외국인들과 대화하면서 영어를 익혔다. 1995년 처음 미국 땅을 밟은 마윈은 시애틀에서 인터넷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97년 중국 대외무역부에서 임시로 일하면서 외국 손님이었던 야후 설립자 제리 양에게 만리장성을 안내하면서 쌓은 친분은 이후 알리바바가 거액의 국외 투자를 끌어들이는 자산이 됐다.
이제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업체에 그치지 않고 정보기술 분야 전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와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의 주식 상당량을 확보했고, 최근엔 클라우드 서비스도 시작했다.
미국 내에선 알리바바에 대한 경계감도 표출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알리바바가 중국 혁명원로 자녀들의 정치 파벌인 ‘태자당’과 금전관계로 얽혀 있으며, 이것이 알리바바의 월가 진출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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