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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아르헨 “헤지펀드에 굴복 않겠다”

등록 2014-07-31 19:43수정 2014-07-31 21:03

30일 아르헨티나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30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냐, 벌처 펀드냐”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아르헨티나를 디폴트에 이르게 한 미국 헤지펀드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30일 아르헨티나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30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냐, 벌처 펀드냐”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아르헨티나를 디폴트에 이르게 한 미국 헤지펀드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13년만에 ‘채무불이행’ 선언
300억달러규모…헤지펀드 돈 못갚아
미 법원 판결 따른 채무조정 실패탓
재무장관 “국민 위험 빠뜨릴 수 없어”
중남미 국가들도 아르헨 입장 지지
한국·세계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듯
아르헨티나가 13년 만에 또다시 약 300억달러 규모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당시 사상 최대 규모였던 1000억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가 두번째 디폴트에 빠진 직접적 원인은 30일 미국계 헤지펀드들과의 채무 상환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법원은 아르헨티나에 엔엠엘(NML) 캐피털과 오렐리우스 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들이 갖고 있는 채권 및 이자 15억달러를 갚으라고 판결했다. 미국계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가 2001년 디폴트 이후 채권자 대부분과 합의한 채무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채, 자신들에게는 채권 액면가에 이자를 더해서 갚으라고 소송을 냈다. 미국 법원은 30일까지 아르헨티나가 헤지펀드들과 합의를 못하자, 아르헨티나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5억3900만달러도 갚지 못하게 막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30일 자정을 기해 디폴트에 빠졌다.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미국계 헤지펀드들을 부실 기업이나 국가의 채권을 싼 값에 사들여 고수익을 노리는 “벌처 펀드”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장래 위험에 빠뜨릴 계약에 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아르헨티나 신용등급을 전체 채무 중 일부가 상환되지 못하는 상태인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 뒤 2005년과 2010년 그리고 올해 5월에 채권자 대부분과 채무 일부를 면제받는 식의 채무 조정을 해왔다. 대신,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 조정에 합의하지 않은 채권자들에게 기존 채권단보다 더 유리한 조건의 채무 상환을 하지 않는다는 ‘루포’(RUFO) 조항에도 합의했다. 만약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에 채무 전액과 이자를 지급한다면, 채무 조정에 응했던 기존 채권자들 돈도 전부 갚아야 할 판이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던 탓에 이번 디폴트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사무총장은 최근 “아르헨티나 채무 위기 영향은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고통은 크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올해 아르헨티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5%이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0.6%에 달했다. 민간 연구소들은 실제 물가상승률은 이런 정부 통계치의 갑절 이상인 20%가 넘는다고 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월 페소화 가치가 20% 가량 폭락한 사태를 겪었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신용위기에 빠진 국가보다 헤지펀드가 우위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개발도상국들의 모임인 77그룹 국가들이 아르헨티나 지지를 선언했고, 지난 3일 미주기구(OAS)에서도 미국과 캐나다를 뺀 나머지 회원국들이 아르헨티나의 입장을 옹호하는 결의안을 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이번 사태는 세계 경제에 던진 미국의 폭탄”이라며 “폭발이 얼마나 클지는 모르지만 단지 아르헨티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 기관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점검 결과 아르헨티나에 국내 기관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거의 없는만큼 직접적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아르헨티나에 익스포저가 많은 스페인 등 일부 남유럽 국가 등을 통해 우리나라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6.49 하락한 2076.12로, 원-달러 환율은 3.60원 오른 1027.90원으로 장을 마쳐, 아르헨티나 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조기원 기자, 세종/김경락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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