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있는 방쿠이스피리투산투 지점 자동입출금기(ATM)에서 고객들이 돈을 인출하고 있다. 포르투갈 주요 은행인 방쿠이스피리투산투는 이날 주가 급락으로 거래 정지됐으며. 이 소식은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을 다시 자극했다. 리스본/EPA 연합뉴스
지주사 회계부정에 장중 17%↓
포르투갈 증시 주가 4.18% 폭락
코스피도 여파 14.10 떨어져
“지금까진 BES 개별문제” 분석도
포르투갈 증시 주가 4.18% 폭락
코스피도 여파 14.10 떨어져
“지금까진 BES 개별문제” 분석도
10일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쿠 이스피리투 산투(BES)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유럽발 금융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구제금융을 졸업한 지 얼마되지 않은 포르투갈에서 은행 안정성에 빨간불이 다시 켜지자,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졌다.
방쿠 이스피리투 산투는 10일 지주회사인 이스피리투 산투 인테르나시오나우의 문제 때문에 주가가 장중 17%까지 떨어져 거래가 중단댔다. 이스피리투 산투 인테르나시오나우는 최근 특정 자산 가치를 과다 평가하고 일부 부채는 빠뜨리는 식으로 약 13억유로에 이르는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일부 단기 채무를 갚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포르투갈 증시의 주가 지수는 이 소식에 이날 4.18% 폭락했고, 포르투갈과 함께 남유럽 재정위기를 함께 겪은 이웃나라 스페인 증시의 주가지수도 1.98%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 은행 한 곳과 건설회사 한 곳은 이날 예정된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으며, 포르투갈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0bp(0.2%) 이상 올랐다(가격 하락을 의미)고 전했다. 방쿠 이스피리투 산투는 11일 “(모기업인) 이스피리투산투그룹에 관련된 위험노출액이 약 11억8000만유로”라며 “그룹의 구조개혁 계획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발 악재에 한국 시장도 들썩였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4.10 급락한 1988.74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1019.0원으로 전날보다 5.6원 올랐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0.34%, 0.72% 하락 마감했다.
포르투갈 은행 한 곳의 주식거래 중단이 전세계에 금융 불안 심리를 확산시킨 것은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뿌리 깊은 우려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심각한 재정위기와 국가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를 뜻하는 피그스(P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불렸던 나라로,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로부터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지난 5월 구제금융에서 겨우 졸업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 실업률은 1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도 120%가 넘는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은 “방쿠 이스피리투 산투의 지급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포르투갈 정부가 개입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하면, 취약한 은행 부문의 위험에 정부가 다시 빠져들게 된다는 공포가 확산될 수 있다. 미국 비엠오(BMO) 프라이비트 뱅크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잭 애블린은 <뉴욕타임스>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들)의 신용 위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며 “이번 일이 모든 중앙은행들에 ‘결코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 전략실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유럽 은행들의 전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스피리트 산투 인테르나시오나우의 개별적인 문제로 보인다”며 “유럽중앙은행 등 당국이 확장정책을 내놓은 상황이라 필요하다면 유동성을 공급할 여지가 있는 만큼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방준호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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