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은행들로부터 제재 당해
무역결제에 아시아통화 사용 확대
서방 의존 탈피 ‘아시아 피벗’ 의지
무역결제에 아시아통화 사용 확대
서방 의존 탈피 ‘아시아 피벗’ 의지
러시아가 무역 결제에서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사용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가 국제 달러시장 접근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해 러시아 기업들이 위안화 등 아시아 쪽 통화로 계약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벨 테플루킨 도이체방크 러시아 대표는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로 결제하거나 아시아 지역에 계좌를 트는 것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은행 VTB의 안드레이 코스틴 최고경영자는 “비달러화 통화 거래 확대가 은행의 주 임무”라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달러 대신 루블화와 위안화 결제 방식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했다.
신문은 “러시아가 위안화, 홍콩달러, 싱가포르달러 등으로 계좌를 열려고 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과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나타난 러시아판 ‘아시아 피벗’(아시아 중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기업들은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유럽과 미국의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제한받는 등 제재를 당하면서 서방 의존에서 탈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대금 지급에서 비자나 마스터카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시스템 개발을 추진중이다. 러시아 국유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산드르 듀코프 석유부문 최고경영자는 “거래 고객들과 달러화 이외의 통화로 결제하도록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해 루블화 가치가 5% 떨어졌고, 루블화 방어를 위해 420억달러를 쏟아붓는 바람에 외환보유고는 42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정부의 수정예측치 2.5%보다 훨씬 떨어지는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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