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도 0.1%p 낮춰 ‘돈풀기’ 나서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처음으로 초단기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대로 낮추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을 시사하는 등 ‘돈풀기’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각) 금융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인 재융자 금리를 현행 0.25%에서 0.15%로 내리고,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중앙은행에 맡기는 자금에 대해서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를 현행 0.0%에서 -0.10%로 낮추기로 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또 하루짜리 초단기 한계 대출 금리는 현행 0.75%에서 0.40%로 내리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산유동화증권 매입 사전 준비와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의 재실시 등 금리 인하 말고도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추가로 발표했다. 자산유동화증권 매입과 관련해 규모나 시기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위원회가 물가 안정을 지키기 위해 권한 범위 안에서 어떤 조처든 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올해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1.1%에서 0.7%로 낮추고, 경제성장률 전망도 1.2%에서 1%로 수정하는 등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중앙은행의 초단기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대로 낮춘 것은 시중은행들이 기업이나 가계 등에 자금을 대출해주지 않고 중앙은행에 쌓아두는 데 대해 사실상의 벌칙을 주어서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조처다. 최근 유로존 시중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대출을 하는 대신에 중앙은행에 자금을 쌓아두기만 해서 초과 지급준비금이 7000억유로(973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금리 인하 조처는 ‘실물 경제’에 돈이 돌도록 하는 것을 지원하려고 설계된 것”이라고 짚었다.
유럽중앙은행의 이런 개입은 최근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서 이미 예고됐다. 지난달 말 드라기 총재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선제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비전통적인 수단을 쓸 수 있다는 것에 중앙은행 위원들이 만장일치의 합의를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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