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인용자료 부정확하다” 문제제기
보수진영 ‘흠집찾기’…반론도 잇따라
보수진영 ‘흠집찾기’…반론도 잇따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토마 피케티(44)의 <21세기의 자본>에 오류가 있다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신문은 24~25일치 주말판 기사에서 “저자가 불평등 심화란 결론을 내면서 근거로 제시한 데이터의 여러 곳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약 300년 동안의 부의 축적을 분석한 <21세기의 자본>을 냈고, 이 책은 경제학 책으로는 드물게 2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올해 뿐 아니라 당분간 최고의 경제학 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피케티가 데이터를 입력할 때 일부 실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1908년 스웨덴의 상위 1%의 부 점유율을 1920년 상위 1%의 부 점유율에 잘못 넣었다고 지적했다. 또 통계 처리 과정에서 일부 자료를 임의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가령 1970년 미국 상위 1%의 부 점유율에 2%포인트를 더했고, 1870년 영국의 상위 10% 부 점유율을 계산할 때도 상위 1%에 2%포인트를 더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피케티가 유럽의 불평등을 다루면서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세 나라의 평균치를 근거로 했는데 당시 스웨덴은 인구 비중이 훨씬 작은 나라였다”고도 문제 삼았다/ 또 피케티 교수 일부 자료에 출처가 빠져있다고도 지적했다. 신문은 이를 근거로 피케티 교수가 증명한 1970년 이후 영국 상위 1% 부자의 소득확대 추세에서 일관된 경향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교수는 이런 지적에 조목조목 해명하지는 않았다. 대신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편지에서 “방대한 자료를 인용하다 보면 손질할 필요성도 느낀다. 역사적인 자료가 미래에 달라질 수도 있는 것”고 했다. 피케티 교수는 책을 낼 때부터 온라인상에 자신이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모두 공개했고, 다른 학자가 책을 쓰거나 연구할 때 자신의 저서에서 자유롭게 인용하도록 허락한 바 있다. 피케티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는 “세계 부자들의 부는 평균 적인 부의 소유자들의 재산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부자들의 순위를 발표하면서 다른 결론을 얻었다면 그 결론을 실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대한 반론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은 <파이낸셜타임스>가 제기한 비판의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피케티가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에도 이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경제사를 다루는 것 자체가 자료의 미비 등으로 힘든 작업이고, 방대한 자료를 다루다보면 실수가 나올 수 있다고 썼다. <가디언>은 2010년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두 교수가 재정적자와 성장률의 관계를 발표하면서 엑셀 계산 실패를 한 사례를 들었다. 두 교수는 입력 오류를 인정했지만, “이런 착오 때문에 ‘과다한 부채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리의 결론 자체가 영향받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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