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라구람 라잔(51) 인도중앙은행 총재
“시카고대학 출신이 뭘 알아?”
“금리는 총재인 내가 결정한다”
인도 성장 방점 ‘금리인하’ 마찰
“금리는 총재인 내가 결정한다”
인도 성장 방점 ‘금리인하’ 마찰
인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나렌드라 모디(64)의 인도인민당(BJP) 쪽과 세계적 경제학자인 라구람 라잔(51) 인도중앙은행 총재 사이에 통화정책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 우선주의인 ‘모디노믹스’를 내걸어 총선 압승을 이끈 모디는 경기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내세웠다. 그러려면 금리 인하 등 성장에 방점을 둔 정책을 펴야 하지만, 라잔 총재가 이끄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인민당의 불편한 심기는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당 경제정책의 핵심인 수브라마니안 스와미가 지난 10일치 <더 힌두>와 한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스와미는 “라잔 총재는 실패했다.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가 보장된다면 투자나 고성장과는 안녕을 해야 한다. 시카고대학 출신이라 인도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날선 비난을 했다.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는 시카고학파의 산실인 시카고대학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라잔을 공격한 것이다.
모디 인도 총리 예정자는 곧 재무장관 임명 등 내각을 구성해 21일 새 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그가 지난해 9월 지명돼 2016년까지 3년 임기가 보장된 라잔 총재를 경질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는데다, 세계적 학자인 라잔이 중앙은행 총재라서 얻게 되는 국제적 신용도 등 무형의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라잔 총재의 자신감도 확고하다. 지난 9일 스위스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인도인민당이 집권할 경우 통화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자, 라잔 총재는 “통화정책이나 금리는 내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매년 10%대의 성장률을 냈고, 이번 총선에서도 경기회복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에 힘입어 승리한 만큼 모디는 친기업 정책과 외자 유치 확대 등 공세적인 경제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 안정과 거품을 경계하는 라잔의 중앙은행 쪽과 마찰이 예상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나렌드라 모디(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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