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 연봉 ‘엿장수 맘대로’
상위 100명 보수총액 15억달러
“불평등 커져 99.9대 0.01로 악화”
상위 100명 보수총액 15억달러
“불평등 커져 99.9대 0.01로 악화”
미국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끝없이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소득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주주(주인)-대리인(최고경영자)의 문제도 보인다.
신문은 12일 ‘임원 보수: 초고액 연봉의 습격’이란 기사에서 오러클의 래리 엘리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2013년 스톡옵션을 포함해 모두 7840만달러(약 812억원)를 받아 미국 연봉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시간당 3만7692달러(3900만원)를 받았다. 엘리슨은 최근 8년간 모두 5억8200만달러를 챙겼다. 신문은 임원 보수 조사업체인 에퀼러(Equilar)의 ‘2013 100대 상장기업 최고경영자의 보수’ 보고서를 인용했다. 2위는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3430만달러) 최고경영자, 3위는 루퍼트 머독 21세기폭스 최고경영자(2610만달러)였다.
미국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 보수의 중간값(50위의 보수)은 1390만달러로 2012년에 비해 9% 증가했다. 상위 100명이 가져간 보수 총액은 15억달러다. 신문은 <21세기의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원 교수를 인용해, “1960년대 미국 상위 10% 소득은 전체 소득의 33.5%였지만, 2010년에는 47.9%로 늘어났다. 상위 10%의 소득 확대 요인의 3분의 2는 보수 상승에 있다”고 밝혔다. 소득불평등이 90 대 10을 넘어, 99 대 1, 99.9 대 0.01로 악화되고 있다.
신문은 능력이나 실적에 따른 계량적인 보수 체계가 경영진을 압박하기보다는 오히려 보수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진이 ‘엿장수 마음대로’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무타 켄트 코카콜라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기본급×기본급 계수×실적계수로 얻어지는 현금 보너스를 200만달러밖에 못 받았다. 하지만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세계적인 가치 확장”을 이유로 수백만달러의 스톡옵션을 챙겨 모두 1820만달러를 확보했다.
월가의 금융가들도 최고액 연봉자들인데,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1990만달러를 챙겼다. 그러나 규제를 덜 받는 ‘섀도뱅킹’(그림자금융) 부문에서는 훨씬 많은 보수가 지출된다. 신문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리언 블랙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5억달러 이상을 챙겼다고 전했다.
100위 안에 든 여성 최고경영자는 9명으로, 피비 노바코비치 제너럴 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가 1880만달러를 받아 21위였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보너스와 기본급으로 48만5606달러를,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상징적으로 1달러를 받았지만 둘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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