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국채 발행 예정
5년만기 20~30억유로 규모
최대은행도 5억유로 발행 성공
“위기 원인 불변” 냉정한 분석도
5년만기 20~30억유로 규모
최대은행도 5억유로 발행 성공
“위기 원인 불변” 냉정한 분석도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였던 그리스가 4년여 만에 국제 자본시장에 돌아온다.
그리스 정부가 이번주 안에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뒤 처음으로 제이피(JP)모건과 도이체방크를 통해 5년 만기로 20억~30억유로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8일 전했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 유로존, 국제통화기금(IMF)의 ‘트로이카’ 지원을 받았지만, 이제 국채 발행을 통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분위기는 좋다. 지난달 자산 기준으로 그리스 최대 은행인 피레우스는 5억유로어치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도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2012년에는 30%를 넘기도 했지만 올해 1월에는 8%대로 떨어지고 이달에는 6%대로 떨어졌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지난 2일 <로이터> 통신에 그리스가 구제금융에 의존하지 않고 국제 자본시장에서 전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점을 2016년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릭 리더는 그리스의 국채 발행 예정에 대해 “적정 가격으로 적당한 양이 나온다면 그리스 국채를 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났는가’라는 질문엔 조심스러운 반응이 아직 많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 재정적자 규모가 올해 국내총생산 대비 180%일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 은행인 롬바르드 오디에 자산운용의 살만 아흐메드는 “그리스 정부 부채는 여전히 높고 또 높아지고 있다”며 “그리스가 2010년 위기에 빠진 주요 원인은 지금도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스가 국채 발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상당히 높은 이자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들은 그리스가 새로 발행할 예정인 국채 수익률은 좋아야 5.25% 이하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8개국) 전체로 보면 그리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난 청신호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먼저 ‘좋은 소식’을 보면, 아일랜드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대상에서 벗어났고,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가 심각한 남유럽 국가를 뜻하는 ‘피그스’(P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꼽혔던 포르투갈도 올해 안에 구제금융 대상에서 졸업할 예정이다.
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국채 등 채권 매입을 통해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푸는 방식의 양적완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로존의 3월 물가상승률이 유럽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치고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0.5%까지 떨어지자,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으면 사람들이 소비를 미뤄서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오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최근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이션까지는 아니지만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은 로플레이션(lowflation)이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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