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내년 여름께 금리인상 시사
미 소비·투자 회복세 따라
내년말 금리예상치 1%로 높여
신흥국 자금 유츨 이어질듯
아시아 증시 일제히 약세
어제 원 환율 5.7원 급등
미 소비·투자 회복세 따라
내년말 금리예상치 1%로 높여
신흥국 자금 유츨 이어질듯
아시아 증시 일제히 약세
어제 원 환율 5.7원 급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린 19일(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67%에서 2.77%로 오르고, 다우지수는 0.7% 떨어졌다. 20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5.7원 오르는 등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6 %)를 비롯한 아시아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이 2008년부터 이어온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이날 공개시장위에서 매달 650억달러어치씩 사들이고 있던 채권 규모를 다음달부터 550억달러어치로 100억달러 줄이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제로금리(연 0~0.25%)만으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2012년 9월부터 매달 850억달러어치씩 채권을 사들이며 시장에 돈을 풀어왔다. 그러나 연준은 지난해 12월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처음 단행한 뒤, 올해 1월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까지 세 차례 연속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이례적으로 운용해온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다. 연준은 이번 결정의 이유에 대해, “혹한으로 경제활동이 둔화됐으나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꼽았다.
연준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재닛 옐런 연준이사회 의장은 ’상당기간’을 “양적완화 조처가 종료된 뒤 6개월 정도를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남은 여섯번의 공개시장위를 거치면서 3차 양적완화가 종료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여름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선물시장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9월께로 점치고 있던 것에 견줘보면, 옐런 의장의 발언은 금리 인상 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를 1%로 예상해 지난해 12월의 예상치 0.75%보다 0.25%포인트 높여잡았고, 2016년말 예상 금리도 1.75%에서 2.25%로 높여잡았다.
대규모 양적완화와 제로금리가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한 매우 이례적인 통화정책인만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 정책을 되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이미 시작돼, 연준의 이번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에서 축소로 바뀌는 대전환이 본격화하면서, 그 영향은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을 피하기 어렵고, 이를 줄이기 위해 자국의 정책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경제 기초가 취약한 나라라면 충격이 클 수도 있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한국은행이 올해 12월에 기준금리를 0.25%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성장률과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오르면 9월에 인상될 수도 있다고 20일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된 일이고 시장지표도 예상범위 안에 있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중국의 경기 둔화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 강도를 높여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남구 권은중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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