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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일, 정부가 ‘임금인상’ 주도…격차축소·경기회복 ‘승부수’

등록 2014-03-13 20:14수정 2014-03-13 22:21

오바마, 시간외수당 지급대상 확대
실질임금 올려 소득격차 교정 의도

아베, 대기업 압박 기본급 인상 성과
소득 늘려 내수 키우려는 성장 전략
세계 1위와 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방식을 통해 고질화된 경제 난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 미국은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소득불균형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의회의 반대로 각종 재분배 정책이 벽에 부딪히자 행정명령으로 시간외수당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기업의 기본급 인상을 유도해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함으로써 소비를 촉진하려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인상으로 분배와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소득 주도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시간외수당 지급 적용 대상을 수백만명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안을 추진했으나 의회의 반발로 성사 가능성이 없자 시간외수당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는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측면이 다분하지만, 집권 1기 때와 달리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올리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현행 미국 노동부 규정으로는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예외조항이 있다. 주급이 455달러(약 49만원) 이상인 ‘집행·행정·전문직’의 노동자들은 제외한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예외’라고 불리는 조항이다. 현재 이런 직업 분류에 포함되는 수백만명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시간외수당 없이 주당 50~60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백악관은 파악하고 있다.

개선 방안은 두가지다. 첫째, 주급 기준을 550~970달러 사이로 인상하는 것이다. 현행 455달러는 2004년 설정된 이후 변경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관리의 말을 따 “물가 상승분만 고려해도 이 기준이 553달러로 올라야 하며, 이렇게만 해도 혜택을 보는 노동자가 310만명에 이른다”고 짚었다. 둘째, ‘집행·행정·전문직’ 분류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현재는 예컨대 한 노동자가 근무시간의 95%를 바닥 청소에, 나머지 5%를 부하 직원 관리에 쓰면, 사용자는 이 노동자를 ‘집행직’으로 분류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백악관 쪽은 이런 편법을 차단하고자 ‘집행직’으로 분류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 시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이 분배 측면을 강조한다면, 일본의 기본급 인상 방안은 성장 전략과 관련돼 있다. 일본에서 기본급 인상이 중요 문제로 떠오른 것은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초부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다. 그 영향으로 엔화 약세가 시작돼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문제는 현행 5%인 소비세가 8%로 오르는 4월 이후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하고, 그에 따라 내수가 살아나 다시 기업 실적을 견인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 쪽에 임금인상을 촉구해왔다.

12일까지 집계된 상황을 보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임금인상 요구에 부응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도요타자동차 2700엔(약 2만8000원)을 비롯해 자동차 업계 주요 업체들이 800~3500엔의 기본급 인상 계획을 발표했고, 히다치와 신일철주금 등 전기전자·철강 업종도 2000엔 정도 기본급 인상에 나섰다. 신일철주금의 기본급 인상은 무려 14년 만이다. ‘만두의 왕장(王將)’이라는 중화요리 체인점은 무려 1만엔의 기본급 인상을 결정했다. 그동안 ‘기본급 인상’이라는 말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기업들이 ‘경기 활성화’란 대의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앞세운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기본급 인상은 아베 정권의 강한 요구에 기업이 움직인 것이다. 정권 주도 관제 춘투의 색깔이 강하다”며 “중소기업이나 전체 노동자의 40%에 이르는 비정규직으로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가 초점”이라고 짚었다.

워싱턴·도쿄/박현 길윤형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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