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필리핀 등 주가도 곤두박질
미·일·유럽은 두자릿수 상승세 중국 성장세 주춤해 호재 없고
선진국 경제회복으로 가속 우려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등 자산시장 하락세가 새해 들어 가파라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금 이탈과 신흥국의 정정 불안 등이 겹친 게 배경이다. 2014년에는 금융위기 이후 불황의 긴 터널 속에 있던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는 반면 신흥국은 침체에 빠지리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통화 루피아는 7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대비 가치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10년 만기 국채도 이자율이 5.95%로 올랐다. 지난해 4월에 비해 두배나 오른 것이다. 터키의 리라화도 이번주 들어 달러 대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1개 신흥국 주가지수를 종합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도 새해 들어 첫 4거래일 동안 3.1% 떨어졌다. 이 지수는 지난해 5% 하락했다. 지난 12월 한달 동안 동남아 국가의 통화는 달러 대비 2.5~4% 정도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지난 한해 약 20%나 폭락했다. 인도네시아는 무역적자가 심각해 통화 하락이 더 가파랐다. 타이·필리핀·인도네시아 주가는 지난해 최고점인 5월에 비해 현재 약 20%씩 하락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주가가 지난해 두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자산시장의 하락은 지난해 중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완화를 내비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양적완화로 신흥시장에 흘러든 돈이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신흥시장의 바람이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악화되고 있는 타이 등을 비롯한 신흥국의 정정 불안도 한몫했다.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타이의 친정부-반정부 세력 충돌 시위, 터키의 부패 스캔들로 인한 시위뿐만 아니라, 브라질·인도·남아공·인도네시아·터키 등이 올해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그 결과가 극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도 신흥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 위기 등으로 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자산시장이 상대적 호조를 보인 것은 결국 선진국에서 풀린 돈에 의한 거품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약 60억달러가 이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통계회사 ‘이피에프아르(EPFR) 글로벌’의 자료를 토대로 보도했다.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자금 규모는 131억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탈출’은 선진국의 경제 회복과 수익률 상승 전망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필리핀의 ‘비피아이(BPI) 자산 관리’의 수석 펀드매니저 에스텔리토 비아코라는 “대규모 기관펀드들이 신흥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환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신흥국의 성장 엔진으로 불려온 중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세가 지난 12월 들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 신흥국 자산시장의 추락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1~2년 동안 신흥국 자산시장에서 자금 유출 흐름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펀드매니저들의 말을 따서 전망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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