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원-엔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이후 5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5년4개월만에 최저수준
어제 1001.9원…1년간 19%↓
“추가적 엔약세 이어지면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
어제 1001.9원…1년간 19%↓
“추가적 엔약세 이어지면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
100엔당 원화의 교환 비율을 나타내는 원-엔 환율이 5년4개월 만에 1000원선 붕괴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일본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악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은행은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원-엔 환율을 1001.9원으로 고시했다. 원화와 엔화를 거래하는 시장은 따로 없고, 한국은행의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조합해 산출한 재정환율을 고시하고 있다. 올해 초 1236.05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30일까지 19%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2008년 8월29일(987.9원) 이후 한번도 1000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인 2009년 3월에는 최고 162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엔화 약세 덕에 채산성이 매우 좋아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가 내년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2조4000억엔의 연결영업이익을 내, 2008년의 2조2703억엔을 뛰어넘는 6년만의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30일 보도했다.
반면 일본 업체들과 경쟁관계인 한국의 전자·자동차 업계는 원-엔 환율 하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영업이익 등에서 악영향을 받으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당장 경영실적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제값받기 등을 통해 경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대일 수출액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국도 엔화 약세 흐름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대일수출 누적액은 철강제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6%, 휴대전화가 22.2%, 반도체가 14.8% 각각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 금융시장에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수준의 원-엔 환율이라면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산업연구원(KIET)의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추가적인 엔 약세가 이어지면 전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로서는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남구 조기원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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