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금 대거 유출땐
경기에 악영향 불가피
경기에 악영향 불가피
지난 5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뒤 신흥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이 다음달부터 채권 매입액을 실제로 줄이기로 해, 경제 토대(펀더멘털)가 취약한 신흥국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에만 아시아 신흥국에서 17억달러가 유출됐고, 출구전략 논의가 시작된 5월 이후 유출된 자금이 모두 220억달러에 이른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자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를 올리면 채무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경기에 악영향이 온다.
버냉키 의장이 막상 출구전략 개시를 선언한 직후의 신흥국 시장엔 대체로 동요가 없었다. ‘면역’이 생긴데다 미국 실물경제가 회복된다는 기대로 주가가 오른 나라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취약국가’로 지목한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을 우려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 발표 뒤 브라질 헤알, 터키의 리라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고, 남아공의 랜드도 장 초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영국의 경제분석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내년에 남미 국가의 통화 가치가 5~10%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브라질에선 최근 5년 사이 가계부문의 부채가 갑절로 늘어 국내총생산의 50%에 이르렀다”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브라질의 금리가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라 두자릿수로 올라 부채가 많은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5개국은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인데, 조세제도와 노동문제 등 내부 문제를 개혁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 나라들은 내년에 모두 주요 선거가 예정돼 있어, 경제개혁을 단행하기에 정치적인 어려움이 크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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