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금융당국 ‘볼커 룰’ 최종승인
자기자본으로 고위험 투자 금지
“골드만삭스 등 8개 대형은행 타격”
NYT “대공황 뒤 가장 전면적 규제”
은행 자율규제·늑장시행 등 한계도
자기자본으로 고위험 투자 금지
“골드만삭스 등 8개 대형은행 타격”
NYT “대공황 뒤 가장 전면적 규제”
은행 자율규제·늑장시행 등 한계도
미국 금융규제당국이 고강도 은행 규제안인 이른바 ‘볼커 룰’을 최종 승인해 월가 대형은행들의 최대 알짜배기 사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증권거래위원회 등 5개 금융규제당국은 10일 회의를 열어 대형은행들이 자기자본으로 고위험 투자를 하는 관행인 ‘프롭 거래’(Proprietary trading·자기자본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이 거래 금지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처음 제안해 ‘볼커 룰’로 불리며, 2010년 통과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의 핵심 하위 규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처에 대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금융규제당국이 채택한 가장 전면적인 규제개혁”이라며 “금융개혁의 한 전환점”이라고 평했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금융규제를 줄곧 완화해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드-프랭크법을 통과시켰으나 핵심적인 실행 방안은 월가의 반발에 부딪쳐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왔다.
이번 조처는 2008년 금융위기가 대형은행들의 무분별한 고위험 투자 관행으로 빚어졌다는 인식 아래 이를 교정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고객들의 요구에 따른 거래가 아니라, 은행이 자기 수익을 위해 자기 돈을 투자해 거래하는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도 제한한다. ‘금지된 프롭 거래’로 창출한 수익으로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으며, 최고경영자가 이런 규제를 준수하는 조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조처로 8대 대형은행이 입을 손실이 연간 100억달러(약 10조5000억원)에 이르리라고 추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조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곳은 골드만삭스”라며 “골드만삭스는 연간 수입의 25%를 이 프롭 거래로 창출해왔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관련 부서를 축소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피모건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그룹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증권 트레이더들도 그동안 투자에 성공하면 막대한 보너스, 실패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던 프롭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수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조처는 초안이 2011년 10월에 마련됐으나 규제당국의 내부 알력과 월가의 로비 영향으로 올해 초까지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올해 2월 취임한 뒤 탄력을 받았다. 루 장관은 백악관에서 취임선서를 마치자마자 규제당국을 불러모아 속도를 높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특히 올해 여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규제당국 책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루 장관이 목소리를 높이며 올해 말까지 합의안을 만들라고 독촉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동조해 급물살을 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러나 이번 조처는 한계도 갖고 있다. 우선 이 규정의 감독을 대부분 은행 자율에 맡긴 점이다. 은행 최고경영자에게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서약하도록 한 게 아니라 규제 준수를 위한 조처를 취했다는 점을 서약하도록 한 대목도 나중에 변명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시행일을 2015년 7월로 늦춰 은행들이 새 규정의 빈틈을 찾고, 법적 대응을 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점도 한계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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