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축소엔 공감·시기는 이견
“경기 개선 전망도 다소 회의적”
투자자, 신흥국서 260억달러 회수
“경기 개선 전망도 다소 회의적”
투자자, 신흥국서 260억달러 회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하반기에 ‘양적 완화’ 축소를 시작할 것임을 재확인했지만 시기와 규모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적 완화가 축소되리란 예상으로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계속되면서 금융·외환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연준이 21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7월 의사록을 보면, 위원들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 6월 ‘경제 지표의 개선이 지속되면 올 하반기에 양적 완화의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양적 완화의 축소 시기를 두곤 위원들이 팽팽히 맞섰다. 의사록에는 “일부 위원들은 자산 매입 속도에 변화를 주기 전에 인내심을 갖고 추가적인 경제 정보를 평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다른 일부 위원들은 조만간 매입 속도를 다소 늦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양적 완화란 연준이 매달 850억달러어치의 재무부·모기지 채권을 매입해 장기금리 인하를 유도함으로써 경기를 진작시키려는 정책을 말한다.
연준이 이런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하반기 경기 전망이 실망스러울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작용한 탓이다. 의사록은 “단기적인 경기 개선 전망에 대해 6월 회의 때보다 많은 위원들의 자신감이 다소 떨어졌다”고 밝혔다. 현재 연 2% 수준인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충분한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데 미흡하며,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2% 목표에 미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 시기와 관련해 금융시장에선 혼란이 계속됐다. 9월설과 12월설이 팽팽하게 맞섰다. 21일 미국 주식시장은 의사록 내용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등락을 거듭하다 하락 마감했다.
그러나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가 올해 하반기에 시작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국제자금시장은 분명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자산과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양적 완화가 축소되면 미국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저리로 돈을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거 회수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6월 초 이후 260억달러 넘게 회수했다”고 전했다.
양적 완화를 축소하려는 연준의 움직임은 최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금융·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인도와 타이, 인도네시아 주가가 최근 5일간 각각 7%, 8%, 12% 남짓 폭락했고, 필리핀은 22일에만 6%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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