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 직격탄
한국도 환율 급등·주가 급락
올들어 선진국 등에 수출 준데다
외국자본 철수 본격화로 타격
전문가 “외환위기까진 안 갈것”
한국도 환율 급등·주가 급락
올들어 선진국 등에 수출 준데다
외국자본 철수 본격화로 타격
전문가 “외환위기까진 안 갈것”
인도를 필두로 신흥국 통화와 증시가 연일 폭락하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0일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인도 통화 루피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64.05루피로 떨어졌다. 19일 하루 동안 2.4% 급락한 뒤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인도 주가지수인 센섹스는 지난 16일 4%, 19일 1.6% 등 연일 폭락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를 필두로 신흥시장 경제가 격랑에 휩쓸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넘게 지속된 미국의 양적완화가 축소·중단될 조짐을 보이자 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와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통화 루피아도 20일 미국 달러 대비 1만495루피아로 떨어져,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전날 5% 폭락에 이어, 20일에도 4% 넘게 빠졌다. 말레이시아 통화 링깃은 20일 전날보다 0.4% 떨어진 3.3005링깃으로,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증시도 2% 넘게 추락했다. 한국의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2원 급등한 1120원에,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29.79포인트(1.55%) 내린 1887.85로 마감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선진국의 수요 부족이 이들 국가의 수출을 둔화시켜 경상수지가 악화되며 시작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주 들어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2.90%로 올라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설상가상의 충격파가 됐다. 매달 85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미 연준의 양적완화가 이르면 9월부터 축소될 조짐을 보이자, 신흥국 시장에 투자된 해외자본이 본격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이자율이 오르자 신흥시장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돼 투자자들이 앞다퉈 빠져나가는 양상이다.
인도는 특히 신흥시장 위기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인도는 막대한 정부 부채와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어 해외자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데, 통화 등 자산 추락과 경상수지 적자가 늘면서 악순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도 루피는 올 들어 달러 대비 16%나 추락했다. 이는 인도가 수입하는 원유 가격 등을 끌어올리면서 올 들어 10% 가까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이는 인도 정부가 연료 등에 지급하는 보조금 부담을 늘려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이자율 인하를 중단하자,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이미 침체 상태였던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통화 추락을 막으려고 지난주 해외송금을 제한하는 비상 조처까지 내놨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워 인도 경제의 신뢰도를 더욱 추락시켰다. 2006~2011년 매년 연 8%대의 고도성장을 뽐내던 인도의 올 1분기 성장률은 5%로 낮아졌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과 함께 신흥대국을 지향하던 인도의 꿈이 사그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와 타이 등도 통화·주가 동반 추락과 경상수지 적자가 맞물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올 들어 브라질의 통화 헤알(레알)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 가치 하락 폭은 인도 루피보다도 크다.
현재까지는 이번 사태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정도까지 악화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흥시장 국가들의 정부와 기업 채무가 상대적으로 적고 외환보유고도 아직 풍부해, 당시와 같은 위기로 발전하지 않으리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6개월 동안의 수입을 감당할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다”며 “1991년 위기 당시 2개월치에 불과하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인도를 비롯한 신흥경제 국가들의 자산 추락을 진정시킬 동력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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