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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골드만삭스 알루미늄 사재기까지…
‘월가의 탐욕’ 국제 원자재값 왜곡

등록 2013-07-22 20:43수정 2013-07-22 21:32

미국 사용량 25% 보관 창고 인수
시장 안내놓고 창고만 바꿔치기
쌓아두고 돈벌고 오르면 또 벌어
규제권가진 LME도 월가 손아귀에

월가, 원자재 보관·운송업 진출
정보 이용해 투자로 수익 극대화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27곳의 알루미늄 보관창고에선 날마다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각 창고에 있는 알루미늄 덩어리들을 트럭을 이용해 서로 다른 창고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1번 창고의 알루미늄 일부가 2번 창고로, 2번 창고에 있는 것이 1번 창고로 가는 식이다. 날마다 움직이는 물량의 90%가량이 고객사가 아니라 다른 창고로 향한다. 올해 초까지 창고에서 일했던 지게차 운전사 타일러 클레이는 물건들이 돌고 돈다는 뜻에서 이를 “회전목마 금속”이라고 불렀다.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는 것일까. 미국 <뉴욕 타임스>는 21일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교묘한 조작’에 해답이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3년 전 이 보관창고 회사인 ‘메트로 인터내셔널 트레이드 서비스’를 인수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국 알루미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 이 회사의 디트로이트 창고에 보관돼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골드만삭스는 창고에 있는 알루미늄을 음료수·자동차·전자회사 등 이를 필요로 하는 고객사로 가능한 한 빨리 인도하려 하기보다는, ‘창고 바꿔치기’라는 방식을 통해 규제를 피하면서 보관기간을 연장하려고 애썼다. 보관창고들은 매일 최소 3000톤의 양을 방출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피하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인수되기 전에는 이 보관창고가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공장까지 인도하는 기간은 6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6개월 이상 걸린다. 이런 사업 행태로 보관창고에 보관돼 있는 알루미늄량은 2008년 5만톤에서 2010년 85만톤, 올해는 147만톤으로 급증했다.

이로써 골드만삭스는 막대한 이익을 보는 반면, 고객사와 일반 소비자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많이 증가했다. 톤당 보관비용은 하루 48센트지만 이를 모으면 엄청난 규모가 된다. <뉴욕 타임스>는 “골드만삭스는 이 보관창고를 5억5000만달러에 샀는데, 보관비로 벌어들인 돈만 해마다 약 2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알루미늄이 시장에 제때 공급되지 않음에 따라 할증료가 급등했다. 알루미늄 가격에 부가되는 할증료는 2010년 이후 두 배가량 폭등했는데, 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 보관창고의 인도 지연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알루미늄 16㎏(음료수 캔 1000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에 약 2달러의 추가 비용이 생기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는 결국 음료수를 사먹는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충당된다.

골드만삭스가 이런 상술을 부리고 있음에도 규제당국은 거의 손을 쓰지 못했다. 이는 사실상 규제당국이 투자은행들에 ‘포획’ 돼 있는 구조 탓이다. 전세계 금속 창고를 규제하는 곳은 ‘런던 금속거래소’(LME)다. 그런데 이곳은 보관창고가 벌어들이는 보관비의 1%를 회비로 받고 있다. 또 이 거래소의 소유주는 지난해까지 골드만삭스·시티그룹 등 월가 은행들이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코카콜라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2011년부터 이의를 제기했는데, 규제당국은 각 보관창고에서 매일 방출해야 하는 알루미늄량을 최소 1500톤에서 3000톤으로 늘렸을 뿐이다.

<뉴욕 타임스>는 “월가 은행들이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원유·밀·면화·커피 등 상품시장의 보관·운송 등 인프라 시설을 소유해 교묘한 방식으로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관련 상품에 관한 정보 취득에도 유리해 금융시장에서도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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