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내년중반 완전중단”
자금이탈 신흥국 비상 걸려
자금이탈 신흥국 비상 걸려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온’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이제는 돈가방이 몇개 남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각) 연준 정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실행중인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올해 말부터 완화할 수 있고, 2014년 중반께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돈 풀기’ 양적완화 정책을 선도해온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출구전략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버냉키 의장은 “확정된 계획은 없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실업률 하락과 인플레이션 2% 실현 등을 양적완화 종료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면, 실업률이 7%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반께 양적완화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속기에서 약간 발을 떼는 것이지,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 인상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연준은 채권 매입을 중단해도 실업률이 6.5%로 떨어질 때까지 금리는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미의 관심사이던 양적완화 출구 일정이 구체화되자 국제금융시장은 요동쳤다. 19일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1.35% 떨어졌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1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아시아 증시와 채권시장도 크게 출렁거렸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7.82(2.00%) 내린 1850.49로 거래를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90원(1.32%) 치솟은 114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최대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다. 버냉키의 이번 발표는 큰 틀에서는 금융위기 탈출을 공식화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 경제가 이런 낙관적 전망대로 굴러갈 것이냐다. 일단, 버냉키와 연준은 이날 어느 때보다도 낙관적인 미국 경제 전망을 제시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던 주택 분야가 현재 확실히 성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5월 현재 7.6%인 미국의 실업률이 연말이면 7.2~7.3%, 2014년 말에는 6.5~6.8%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도 2.3~2.6%로 예상했다. 어쨌든 미국 경제는 더디지만 착실한 회복세를 보이며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할 신호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신흥국 등 다른 나라들이 안고 있다. 미국이 선도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다른 나라들이 뒤집어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3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서 푼 3조3500억달러나 되는 돈이 그동안 신흥국들의 자산시장을 떠받쳐왔다. 연준의 이번 로드맵 공개를 신호탄으로, 아직 경기회복 신호가 미미한 신흥국들에서 그 돈마저 빠져나가게 되면 큰 충격이 예상된다. 신흥국들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등장할 ‘강한 달러’의 흐름이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상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연준이 돈을 금융시스템에 쏟아부었으나, 은행들은 이 돈을 대출하지 않고 있어 연준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미국보다는 신흥국 등 다른 나라들에 더 따끔할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홍대선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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