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상 등 범죄자에 가명계좌 개설
7년동안 세계곳곳서 5500만건 거래
미국 검찰, 업체 대표 등 7명 기소
7년동안 세계곳곳서 5500만건 거래
미국 검찰, 업체 대표 등 7명 기소
60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온라인 돈세탁이 적발됐다. 중미 코스타리카에 설립된 한 온라인 환전회사가 마약업자 등 온갖 범죄자들한테 가명 계좌를 개설해주고, 이런 돈세탁을 해줬다.
미국 연방검찰청은 28일 코스타리카의 온라인 환전회사 ‘리버티 리저브’를 통해 60억달러의 규모의 불법 돈세탁을 해준 혐의로 이 회사 대표 아서 부도브스키 등 7명을 기소했다. 2011년 미국 국적을 포기한 부도브스키는 지난 24일 스페인에서 체포돼, 미국 애국법의 적용을 받았다. 미국 애국법은 미국 국적자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안보에 위해가 되는 일에 협조한 조직과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는 적용된다.
미국 검찰에 따르면, 2006년 설립된 리버티 리저브는 7년 동안 세계 수백만명의 이용자와 5500만 차례의 거래를 하며 이처럼 대규모의 돈세탁을 저질렀다. 미국에서만 20만 번의 거래가 있었다. 이용자의 대부분은 신용카드 및 개인정보 도용자, 피라미드형 금융 사기범, 컴퓨터 해커, 불법 도박업자, 마약상 등 범죄자들이라고 검찰이 밝혔다. 이 수사에 참여한 미국 국세청 범죄수사국장 리처드 웨버는 “만약 알 카포네가 살아있다면 돈을 이런 방법으로 숨겼을 것”이라며, 조직범죄 세계에서 온라인 돈세탁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버티 리저브는 이용자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러시안 해커’ ‘해커 계좌’ 등의 가명으로도 계좌를 열어줬으며, 심지어 거래 목적을 ‘마약 거래’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 회사에 계좌를 연 이용자들은 정규 은행 계좌의 돈을 특정 환전 회사에 송금→리버티 리저브 계좌로 재송금→다른 환전회사로 재송금→정규 은행 계좌로 송금해 인출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했다.
리버티 리저브의 돈세탁은 지난 2월 직불카드 정보를 해킹해 세계 24개 국가에서 현금인출기로 4500만달러를 동시에 불법 인출한 사상 최대 온라인 은행강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온라인 은행강도 일당들도 인출한 돈을 리버티 리저브를 통해 돈세탁했다. 수사진들은 이런 회사들이 기승을 부리는 온라인 영역은 인터넷뱅킹의 ‘서부 시대’같은 곳이라며, 법 적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버티 리저브 외에도 이용자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 온라인 결제회사들이 버젓이 영업 중이라고 보안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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