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 산유량 21년만에 최고
아프리카 산유국 수출량 급감
오펙 산유량 싸고 갈등 커질듯
유가 5년뒤 50달러 추락 전망
아프리카 산유국 수출량 급감
오펙 산유량 싸고 갈등 커질듯
유가 5년뒤 50달러 추락 전망
셰일 에너지가 석유 지정학을 바꿔가고 있다. 미국 등 북미에서 셰일 에너지 생산이 늘자, 원유 생산량을 둘러싼 석유수출국기구(오펙) 내부의 해묵은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오는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오펙 회원국 회의에서 아프리카를 비롯한 비 걸프만 지역 회원국과 걸프만 회원국들 사이에 원유 생산량 감축 여부를 놓고 갈등이 첨예해질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원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재정 기반이 취약한 나이지리아·알제리 등은 국제 유가를 높게 유지하려고 오펙 차원의 생산량 감축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등에서 셰일 석유 생산이 늘어, 이들 국가의 재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 지역 회원국들은 원유 생산량 감축에 동의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 등은 산유량이 풍부해 셰일 석유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에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사우디 등 생산량이 많은 회원국들의 감산 동의가 없다면, 다른 회원국들의 일방적인 생산량 감축은 별 의미가 없다.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이 크게 늘어나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수출도 힘들어진 상황이 오펙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1970년 정점을 찍은 뒤 20년 넘게 줄곧 하락해왔다. 하지만 2008년부터 셰일 석유가 본격적으로 채굴되자 미국의 2012년 석유 생산량이 2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셰일 석유를 채굴하는 수압분쇄방식이 개발돼 노스다코다와 텍사스 등지에서 석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셰일 석유는 높은 채굴 비용 탓에 경제성이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자, 셰일 석유가 경제성을 갖게 됐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석유 생산이 21%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여파로, 나이지리아·알제리·앙골라 등 오펙의 아프리카 회원국들이 올해 미국으로 수출한 원유가 지난해보다 41%나 줄었다. 특히 미국산 셰일 석유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의 여파를 가장 심하게 느끼는 나라가 공교롭게도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이다.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석유 수출에 의존해 독자 노선을 걸어온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이란은 지난해 서방의 경제 제재로 석유 수입에서 260억달러나 손실을 보았다. 베네수엘라는 원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을 지탱하는 한편 쿠바 등에 대한 대외원조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국제 유가가 9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이들 두 나라의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분석이 많다. 셰일 석유가 국제정치 지형에도 간단치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 셈이다.
현재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7월 선물 가격이 102달러 정도로,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산업 불황에 셰일 에너지 생산 급증이 겹쳐, 국제 유가가 앞으로 5년 안에 50달러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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