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상·하 양원 장악에 실패한 주요 정당들이 동상이몽식 정부 구성 해법을 내비쳐, 유로존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로존은 이탈리아에 안정적인 정부가 들어서 긴축을 이행하고 재정위기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 이탈리아는 27일 국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월 4.17%에서 4.83%로 올랐다.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대표는 26일 민주당 주도로 소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국민당과의 대연정 가능성을 차단하고, 마리오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 등 노선이 맞는 정당들과 소수 연정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제3당이 된 베페 그릴로의 오성운동에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소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6일 “새로운 선거는 피해야 하고 모두가 희생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은 이 발언을 ‘좌·우 대연정’으로 해석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다만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은 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연정에 부정적인데다, 대연정이 이뤄지더라도 두 당의 정책이 워낙 달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과적으로 제1~2당인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은 모두 당장의 재선거는 피하려는 모양새다. 재선거를 해봐야 상·하 양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적은데다 자칫 오성운동이 여세를 몰아 제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느긋한 것은 오성운동이다. 연정을 거부하고 기성 정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고, 기성 정당에 사안별로 협조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 민주당과 어떤 형식의 공식적인 동맹도 하지 않겠다는 그릴로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그릴로는 “오성운동은 오직 우리가 동의하는 정책만 지지한다”며 정책 협조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는 5월15일 임기가 끝나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이을 차기 대통령도 선출해야 한다. 3월 중순께 상·하원 의원과 지역 대표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이후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한 베르사니에게 첫번째 정부 구성 권한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한상진 “총선망쳤던 지도부가 대선 지고도 다시 당권경쟁”
■ 연금 개편안, 제일 피해보는 사람은?
■ 김병관, 천안함 애도기간에도 골프
■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 병역면제 사유는 ‘두드러기’
■ ‘거포 3인방’ 컨디션 100%…WBC 첫 우승 넘본다
■ 한상진 “총선망쳤던 지도부가 대선 지고도 다시 당권경쟁”
■ 연금 개편안, 제일 피해보는 사람은?
■ 김병관, 천안함 애도기간에도 골프
■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 병역면제 사유는 ‘두드러기’
■ ‘거포 3인방’ 컨디션 100%…WBC 첫 우승 넘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