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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 엔약세 지지…환율전쟁 선진국 대 신흥국 구도로

등록 2013-02-12 20:25수정 2013-02-12 21:55

미 재무차관 “일 부양 지지” 발언에
엔화 1.6엔 더 떨어져 95엔대 넘봐
독 중앙은행 총재도 ‘엔 약세’ 수용
중국 중심 신흥국 요구에 ‘견제구’
미국이 일본의 엔화 약세에 대한 지지를 시사했다. 미국의 엔저 지지로 일본발 환율전쟁은 선진국 대 신흥국의 구도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차관은 11일(현지시각) “우리는 일본에서의 성장 부양과 디플레이션 종식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는 15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회담에 미국 대표로 참석하는 브레이너드 국제문제 담당 재무차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통화완화에 대한 일본 아베 정부의 공격적인 접근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브레이너드의 발언 직후 1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에 견줘 전날보다 1.6엔 떨어진 94.3~94.4엔에 거래를 마쳤다. 엔화 가치는 한때 94.46엔까지 떨어져, 2010년 5월5일 이후 약 2년9개월만의 최저치를 새로 쓰며, 95엔대 돌파를 넘보고 있다.

브레이너드의 발언은 같은날 “유로화 절하는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는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의 발언에 바로 뒤이어 나온 것이다. 그는 최근 유로화의 급격한 절상은 “심각한 가치과대평가가 아니다”며 “더 많은 국가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이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경쟁적인 평가절하로 귀결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독일 중앙은행 총재의 이런 발언은 최근 유로화 강세-엔화 약세에 대한 간접적 수용을 뜻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화 ‘목표 환율’을 설정하자는 제안을 내놓는 등 최근 유로화 절상에 대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쪽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독일은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제 환율전쟁의 주요 플레이어들인 미국-일본-독일이 모두 엔화 약세를 용인한 모양새이다. 독일의 유로화 강세-엔화 약세 수용은 인플레 억제라는 독일 특유의 경제정책에다가 자신의 경제력에 비해 현재의 유로화 가치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런던 금융시장 때문에 파운드화 강세 정책을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영국 역시 엔화 약세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미-일-독 등 G7 차원에서 엔화 약세가 대체적으로 용인됨으로써, 엔저의 전선은 선진국 대 신흥국의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전후 국제환율의 주요 플레이어는 미-일-독 3개국이었다가, 2000년 이후 중국이 가세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위안화 평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팽팽히 대결해왔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등을 통해 엔화의 장기적 추세를 조종해온 미국이 이번에 일본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을 용인한 것도, 중국과의 환율 분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엔화 약세로 가장 타격을 받는 쪽는 일본과 수출경쟁력을 다투는 한국과 중국 등이다.

지난해말까지 이어진 일본의 엔화 강세가 일본 경제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평가도 미국의 엔저 용인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1달러 당 95엔대에서 공방을 벌이는 엔화 환율은 금융위기 발발 직전 전고점인 2007년 7월의 124엔대에 비하면 아직 한참이나 모자란다. 20년 가까이 디플레를 겪으며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의 엔화가 이렇게 강세를 보인 것도 사실 정상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은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전쟁이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로 짜여지는 전선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등으로 인한 경쟁적인 환율 평가절하에 대해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며, G20 모스크바 회의의 공동성명에서 대책을 명시할 것으로 요구해왔다.

브레이너드 차관 발언으로 미뤄보면 G20 회의에서는 엔화 약세로 대표되는 환율분쟁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며 신흥국의 요구를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흥국뿐 아니라 전세계 450여개 대형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도 이번 G20 회의에서 정책공조를 통해 환율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장은 여전히 환율전쟁의 불안한 그림자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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