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영토 분쟁으로 국제경제협력 체제가 얼룩지고 있다. 중국의 재정부장과 인민은행장이 11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불참하는가 하면, 지난 9일 한일 통화 스와프도 중단 결정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해 동북아 3국이 갈등 해소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양국의 협조는 세계 경제 전체의 이익과 연결되므로 갈등을 조기 해소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일 통화 스와프 중단에 대해서도 “이 파트너십(한일 통화 스와프)은 안정성을 위한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다. 국제통화기금은 영토 문제와 관련된 오랜 차이들이 원만하게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경제협력이 활발해지고 (이들 국가들이)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댜오위댜오 갈등으로 일본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 총회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 정부의 재정 총책임자인 셰쉬런 재정부장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모두 총회에 불참했다. 또 중국 안 4대 시중은행의 은행장 역시 일본에서 열린 총회에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가르드 총재 역시 “(중국 금융당국 수장이) 멋진 회의를 놓쳤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도쿄 제국호텔에서 조지마 고리키 일본 재무상과 양국 재정부 장관 회담을 한 뒤, “독도 갈등으로 무기한 연기된 제5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적절한 시점에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간 연례 재무장관회의는 애초 8월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깜짝 방문한 뒤 무기한 연기됐다. 그러나 박 장관은 한일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는 “양자 회담에서 언급이 없었다”며 “일본 경제가 잘돼야 한국 경제가 잘돼고, 한국 경제가 잘돼야 일본 경제도 잘된다는 평범한 진리에 대해 인식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희망섞인 반응과 달리, 민간 영역에서는 영토 분쟁으로 촉발된 갈등을 좀더 체감하는 눈치였다.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한 사업이 일본 금융사와 성사 직전까지 갔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한 뒤 분위기 급랭하더니 최근에 공식적으로 거절당했다”며 “겉으로는 순수한 경제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 말하지만, 외교적 분쟁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쿄/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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